자연이 빚은 찬란한 풍경 속으로
시간의 흔적을 따라 떠난 49일간의 여정
이 책은 여행 전문가가 쓴 안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감성 가득한 에세이스트의 문장으로 빚어낸 감동적인 산문도 아니다. 논문과 보고서에 묻혀 평생을 살아온 한 연구원이,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떠난, 49일간의 자동차 여행기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사실 49일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예기치 못한 변수들과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다. 날씨는 무더웠고, 길눈은 어두웠다. 고속도로에선 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떼었고, 호텔을 찾아가다 해가 저문 산속에서 길을 잃을 뻔했다. 축제의 도시에선 정작 축제를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고, 기대했던 박물관과 미술관, 성당은 하필 문이 닫힌 날 도착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도 먼 길을 돌아가야 했으며, 때로는 호텔 주인에게 냉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와 작디작은 불운들 속에서도, 여행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 어릴 적 동경했던 알프스를 직접 자동차로 넘으며 눈부신 풍경을 눈에 담았고,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산 바흐알프제 호숫가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는 소소한 호사를 누렸다. 남프랑스를 달리며 끝도 없이 펼쳐진 라벤더 향기에 취했고, 몬세라토와 루르드 성지를 순례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49일간 부부가 함께 길 위에서 보낸 시간 자체였다. 매일 아침과 저녁, 소박한 기도를 함께 올리며 믿음과 신뢰가 서로를 끝까지 지켜줄 것임을 확인했다.
말하자면 이 기록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고 다듬어가는 전환점이자 성찰의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인생에서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는 것, 인생은 그 자체로 끝없는 여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