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꽁꽁 싸맨 보따리』, 한국불교 독립운동사 조명
광복 80주년을 맞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국불교의 치열했던 독립운동 역사를 조명하는 역작이 출간되었다. 불교신문 이성수 편집국장이 저술한 『꽁꽁 싸맨 보따리- 해방 80년 돌아 본 불교』가 2025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출간됐다. 이 책은 2009년 서울 진관사 칠성각에서 발견된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 즉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덧칠해 숨겨둔 ‘꽁꽁 싸맨 보따리’ 속 역사적 증거들을 상징하고 있다. 이는 그 시절 불교계가 보여준 뜨거운 항일 독립정신을 오늘날 되새겨야 할 중요한 의미임을 알려준다.
4개 분야 발굴 및 현장 조사를 통한 불교 독립운동사 재구성
이 책은 일제강점기 한국불교의 역사를 독립, 문화, 교육, 수행이라는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조명했다. 그동안 ‘친일과 굴종의 역사’로만 기억되어 온 불교계의 이면에 숨겨진 뜨거운 독립의 흔적을 발굴해 상세히 기록했다. 저자는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 직후 방문했던 대각사부터 제주 법정사 무장항쟁 현장까지, 전국의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중앙학림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주도했고, 통도사, 범어사 등 전국 각지 사찰에서 독립의 함성이 울렸던 이야기들이다. 불교 교육기관들이 독립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사례들도 생생하게 복원되었다. 또한 백범 김구 선생과 불교계의 인연, 윤봉길 의사가 독실한 불교신자였다는 새로운 사실 등 흥미롭고 놀라운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불교계, 문화·교육·수행으로 민족정신 수호
일제가 사찰을 통제하려 했으나 한국불교는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 근대화의 씨앗을 뿌리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했다. 범어사 해동역경원이 한글 경전을 발간하여 민족의 얼을 지켜낸 것은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선 ‘문화 독립운동’이었다. 책의 2부 문화 편에서는 조계사 마당에서 한국 최초의 야구 시구가 이루어진 사실, 통도사 축구팀 운영 등 어두웠던 시대에도 체육을 통해 민족의 기상을 높이려 노력했던 불교계의 면모를 조명하고 있다. 3부 교육 편에서는 민족학교 광성의숙과 청룡초등학교 설립, 야학 운동 등 불교계가 신학문을 가르치고 민중의식을 깨우치면서 근대교육의 불씨를 지폈던 발자취를 상세히 다뤘다. 이 모든 활동이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맞선 ‘하나의 거대한 독립운동’이었음을 책은 힘주어 말하고 있다. 마지막 4부 수행 편에서는 일제강점기에도 수행과 중생구제를 멈추지 않았던 스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교계의 굳건한 정신을 보여준다.
아픈 역사를 넘어, 현재를 위한 ‘절박한 화두’
이 책은 강제징집 같은 아픈 역사적 기록과 희귀한 문서들도 함께 제시하며 당시의 엄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진관사 태극기를 마주했을 때의 전율을 고백했던 저자의 후기처럼, 『꽁꽁 싸맨 보따리- 해방 80년 돌아 본 불교』는 과거를 기록한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나라를 빼앗긴 암흑기 속에서도 자비와 정의를 외치고, 민족의 정신을 지키려 노력했던 불교계의 숨겨진 역사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박한 화두’를 던진다. 해방 80주년을 맞아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진정한 독립의 의미를 일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