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원 시인은 드라큘라를 화자로 내세워 아이들에게 드라큘라의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는 허상일 뿐이며, 실상은 그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들려준다.
“뒤늦게 사내는 후회했지만/ 한 번 떨어져 나간 그림자는/ 영영 다시 붙일 수가 없었어// 결국 그는 그림자 없는/ 드라큘라가 되고 말았지”(「그림자 값」)
“나도 밤이 무서울 때가 있어// (중략)// 나는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매 순간 하며// 오늘도 살아 있어”(「겁 많은 드라큘라」)
“나도 슬플 때 울어/ 하품할 때 눈물도 나지// 그런데 눈에서/ 물이 아닌/ 피가 흘러”(「피눈물」)
그러면서 시인은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당부한다.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도 사실 알고 보면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존재일 뿐이니, “아무리 기다려도/ 오는 친구가 없어/ 드라큘라”(「드라큘라의 생일 파티」)는 어둠 속에 사는 것이니, 그들을 만나면 위로해주고 친구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생각과 경험을 통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동시집이 순전히 어린이들만을 위한 동시집은 아니다.
요괴 동생은
요정이야
요괴도 원래는
요정이 되어야 했는데
욕심이 너무 많아
요괴가 됐지
동생을 질투하고 미워하다
요괴가 된 언니가
씩씩거리며 곁에서 자고 있어
꿈속에서도 시비 걸고 있나 봐
요정은 요괴를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둘은 샴쌍둥이거든
한 몸에 깃든 두 영혼이거든
- 「샴쌍둥이」 전문
강기원 시인은 어른들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요정과 요괴가, 선과 악이, 진실과 거짓이 “한 몸에 깃든 두 영혼”이라고. “풍문이 통설(념)이 되고 통설(념)이 정설이 되는 법”이니 편견의 그물에서 벗어나라고. 우리는 어른이 아니라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장담컨대, 이 책을 읽고 나면// 심장이 조금 커질 테고, 무서운 꿈을 덜 꾸게 되고, 꾸더라도 꿈속에서 악귀들을 물리칠 것이며, 외롭지 않게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되고, 드라큘라나, 도깨비, 유령들이 조금 불쌍하게 여겨질 것이며, 무엇보다 빨간 일기장에 쓸 거리가 더 많아질 거야.// 지금은 어른이 된, 아니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내가 그런 것처럼….”(「시인의 말」)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언제였을까?
내가 가장 순수했을 때는 언제였을까?
동시집을 다 읽고 나면 아마도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