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잡기≫에 수록된 조는 대부분 짤막한 고사지만 그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기록된 인물은 제왕 장상, 공경 대신, 비빈 궁녀, 문인 학사, 명공 명장(名工名匠), 일반 백성 등이며, 기록된 내용은 궁중 야사, 궁원 진기(宮苑珍器), 문인 일화, 학술 저작, 전장 제도, 풍속 습관, 기인 묘기(奇人妙技) 등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한나라 도성인 서경 장안(長安)의 정치·경제·문학·학술·문화·민속 등 여러 부문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서경잡기≫가 지니고 있는 가치와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게 문학적인 측면과 사학적인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잡기체(雜記體) 필기소설의 대표작으로 위진남북조 지인소설(志人小說)과 지괴소설(志怪小說)은 물론이고 멀리 명청대 소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대 부(賦)의 대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양웅(揚雄) 등의 작부(作賦) 능력과 창작 과정 및 작품에 얽힌 일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한대 문인들이 품었던 문학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으며 문학 사료도 비교적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일부 고사는 후대의 시인·사인(詞人)·희곡가(戱曲家) 등 여러 문인들이 제재와 전고로 즐겨 사용하여 그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중국 문학의 여러 제재 근원 가운데 하나를 밝히는 데도 매우 유용한 가치가 있다.
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종래로 정사(正史)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사료적인 특성이 부각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고고학적인 발굴을 통해 기술된 내용의 사실성이 입증되면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