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秦始皇)이 국가 통치에 방해가 된다거나 민생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된 전적(典籍)들을 모두 수거해 불태우자, 화를 당하지 않은 전적들은 자연히 민간으로 흘러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렇게 민간에 소장되게 된 것들과 본래 민간에 보존되었던 전적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분실되거나 훼손되어 갔다. 진(秦)나라를 이어받은 한(漢)나라는 나라가 점차 안정되자 국가의 전례 제도나 문물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통치자들은 옛 전적들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전적들을 다시 수집하여 보관하고 정리하는 국책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과 공헌을 한 사람이 유향(劉向)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설원(說苑)≫은 바로 이런 과정에 유향이 황실과 민간에 소장된 관련 자료들을 집록(輯錄)한 후 선택, 분류, 정리하여 편찬한 역사고사(歷史故事) 모음집이다.
≪설원≫은 여러 전적에 기록된 정치나 역사에 관한 각종 언행(言行) 또는 사적(事跡)을 황제가 열람하도록 제공할 목적으로 편찬되었다. 순임금, 우임금으로부터 진한(秦漢)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의 언행이나 사건 또는 일화를 모아 정치의 흥망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거울을 제공함으로써, 군주와 신하들을 권면하고 조정을 정돈하며, 당시의 폐단을 바로잡아 보려고 했던 것이다. 이에 유향은 각 고사를 통해서 제왕, 장상(將相), 사대부 들에게 어떻게 해야 바른 군주, 바른 신하, 바른 백성이 될 것인가와, 어떻게 해야 제국을 일으키고 백성을 다스리며 외교를 처리할 것인지 등등을 제시했다.
역자는 명초본(明鈔本)을 저본으로 하고 ≪설원교증≫을 주교본(主校本)으로 삼아 간행한 귀주인민출판사(貴州人民出版社)의 ≪설원전역(說苑全譯)≫을 저본으로, 전체의 17.4%를 발췌 번역하고 원문을 함께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