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먼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
관계의 모순 속에서 발견한 역설, 그 안에 담긴 치유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하고, 너무 쉽게 확신하며, 말 대신 기대만을 쌓아간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침묵은 때로 관계를 단절로 이끈다.
『모순 안에서 역설을 찾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관계의 혼란과 갈등, 다툼을 ‘역할관계성이론’이라는 틀로 풀어내는 책이다. 13년간 심리상담을 진행해 온 저자는 감정과 논리에 기반한 인식과 지각, 느낌과 생각, 기분과 의지에 얽힌 관계의 구조를 섬세하게 해부하며, 우리가 왜 반복해서 상처받고, 왜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는지 그 심층적인 이유를 들려준다.
특히 이 책은 ‘관계의 모순 안에 감춰진 역설’에 주목한다. 짜증 속에 숨은 기대, 침묵에 담긴 외침, 친밀함 속의 거리감 등 표면적으로는 모순돼 보이는 감정들이 사실은 진실한 관계를 갈망하는 역설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감정과 논리의 균형, 역할과 역할 간의 소통 구조, 그리고 관계적 정의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관계공식을 제안한다.
이 책의 미덕은 현실에 깊이 발을 디딘 언어와 구체적인 설명에 있다. 부모와 자녀, 부부, 친구, 연인, 동료 사이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현실감 있게 짚어내며, 감정의 흐름과 논리의 구조가 단절될 때 관계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관계에서 어떤 역할로 존재하는가’를 묻게 된다.
『모순 안에서 역설을 찾다』는 단순한 심리 이론서가 아니다. 이는 곁에 있는 사람과 다시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 말문이 막힌 채 울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안내서다. 상처받고 지친 관계의 자리에서, 다시 관계를 이어 갈 용기를 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소중한 첫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