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일궈온 로컬만의 독특한 삶과 문화,
지역 활성화 해법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노화한 나라로 평가되며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이다. 총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시기는 50여 년이 채 남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2045년에는 세계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주거 공간부터 교육·문화 시설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청년이 도시로 이탈하는 상황까지 더해지며 지방 쇠퇴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지방이 아니라 한국 자체가 소멸하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말까지 들려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한국 지자체 특성상 근시안적인 정책만 내놓는 상황이다.
지역 소멸은 인구 감소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인구가 늘어나면 지역도 살아날 것처럼 생각했지만, 지역 소멸의 원인이 인구 감소가 아닌 것처럼 인구 증가가 반드시 지역을 되살린다는 인과 관계도 없다. 따라서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지역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을 일상의 거점으로 삼거나, 도시에 살지만 지역살이를 경험한 후 로컬 지향적으로 살아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과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청년, 지역 재생, 마을 스테이, 러닝 등 각 지역의 주목할 만한 키워드 18개를 선정해 그와 관련된 다양한 로컬 문화를 소개하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역민과 관계인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로컬 문화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큰 희망의 물결을 불러일으킨다
『뉴 로컬 컬처 키워드』는 한국 사회가 마주한 지역 소멸·불균형 문제에 관한 고민과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의 다양한 노력을 담고 있다. ‘지역’이라고 하면 고루하고 낙후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민과 그곳에 살진 않지만 지역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관계인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역을 새롭게 가꾸고 있다.
옥천에서는 가난과 성차별이 겹친 현실 속에서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농촌 여성 노인을 위해 젊은 지역 주민들이 문해학교를 세웠다. 게다가 그것을 시작으로 전국 최초의 면 단위 도서관이 건립되고 무료 순환버스가 운행되는 등 변화의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부산 영도는 가장 극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던 곳이었는데, 어묵이라는 영도의 역사를 간직한 음식 유산을 바탕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등 지역 장인 발굴에 힘쓰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광주 사람들에게조차 관심 밖의 영역이었던 양림동은 주민들이 자원봉사 모임을 조직해 마을 환경을 개선했고, ‘양림동 역사 문화 마을 관광 자원화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큰 변화의 물결이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사람들이 양림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마을이 미술관이다’라는 테마의 ‘양림골목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장수에서는 트레일 러닝을 좋아하는 젊은 부부가 등산로를 되살리고 전망 좋은 곳들을 찾아 이으면서 트레일 러닝 코스를 만들고 대회까지 열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대회는 궤도에 올랐고, 트레일 러닝은 장수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이처럼 지역 활성화 대책은 삶의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지역민의 삶을 우선적으로 살피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든다면 관계인구를 포함한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부디 이 책이 지역 활성화 해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지역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모여 더 큰 희망의 물결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