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그 너머
이 책이 다룬 1920년대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중 민주주의, 소비문화, 감정 정치, 그리고 미디어와 금융 자본의 지배라는 현대 사회의 모든 특징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출현했다. 앨런은 이 시기를 ‘미국이 제국이 된 시대’로 진단하며,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를 지배한 물질적 탐욕과 맹목적 낙관주의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특히 그는 1929년 대공황을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대중의 심리적 상태-탐욕과 자기기만, 그리고 ‘현실 회피적 낙관주의’-의 필연적 결과로 묘사했다. 이 통찰은 경제사뿐 아니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앨런의 독창적 시선이다.
『불과 어제』는 단순한 역사책을 넘어 ‘1920년대’라는 시대 이미지를 만들어낸 원형 텍스트다. 지금도 영화, 드라마, 광고 속에서 반복 재현되는 그 시대의 감각-갱스터, 금주법, 재즈와 플래퍼, 증권거래소의 붕괴와 대공황의 절망-이 모두 이 책을 통해 대중의 상상에 각인되었다. 헐리우드의 수많은 영화들이 이 책을 참고했고, 그 감정의 지형도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문화적 코드로 작동한다. 『불과 어제』는 대중 문화가 대중 사회의 욕망을 어떻게 흡수하고 형성하는지를 보여준 첫 작품이었다. 책이 다룬 장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완결된 서사이며, 영화적 감각과 극적인 긴장감을 잃지 않는 문장은 당대 독자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책은 출간 이후 대중 역사서라는 장르 전체를 만들어냈다. 이전까지 역사란 정치가와 군인의 이야기였지만, 앨런은 라디오와 광고,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부동산 투기와 도시 생활을 역사 서술의 중심에 놓았다. 이는 ‘생활사’라는 새로운 접근법의 출발점이었다. 『불과 어제』는 이후의 모든 대중 역사서, 나아가 방송과 다큐멘터리, 영화적 재현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금 막 지나간 시간’을 역사로 쓰는 방식-즉, 가까운 과거를 다룬 시사적 역사서라는 장르도 앨런에 의해 개척되었다. 역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불과 어제’ 일어난 일이라는 감각은 당시 독자들에게 충격이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이다.
프레드릭 루이스 앨런은 이 책에서 시대의 움직임을 기록하며 한 가지 질문을 반복했다. “도대체 왜?” 이 질문은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회고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감정과 욕망,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불과 어제』는 그래서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대중 사회를 성찰하는 하나의 문명 비평서로 읽힐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인간의 유쾌하지 않은 본성에 대한 통찰을 위한 고전적인 자료들을 제공한다.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을 넘어, 대중과 민주주의, 그리고 감정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경고이자 통찰이다. 과거는 끝난 것이 아니다. 백 년 전의 광란과 히스테리는 지금도 면면히 우리의 삶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