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너머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통을 위하여
일찍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 감각이 예민해 쉽게 지치고 낯선 상황에서는 극도로 긴장한다. 회사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어긋나고 관계가 멀어진다. 하지만 발달장애는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늘 “제멋대로인 사람”, “예민하네”, “참 이상한 애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관계에 서툴고 환경에 민감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조금씩 어긋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일상에서는 멀쩡해 보이고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 없음’ 진단을 받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 이들이 바로 그레이존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말 이들은 이상한 걸까?
『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는 정신과 전문의로 수십 년간 임상 경험을 쌓아온 저자가 발달 특성과 애착 문제, 트라우마, 감각 과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과 회복 과정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단순히 의학적 이론이나 설명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반복되는 인간관계의 실패, 감정 조절이 어려운 이유, 과도한 자책과 알 수 없는 불안….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면의 구조를 저자는 하나하나 밝히며 삶의 리듬이 어긋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품은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변화의 방법을 건네고 있다.
진단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법’일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 각자에게 꼭 맞는 삶의 루틴을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는 법을.
괴로운 일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생활 방식과 구체적 기술
설명되지 않는 외로움, 원인을 알 수 없는 예민함과 피로. 당신은 당신의 리듬을 인정받은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저 조금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단지 당신의 외로움과 힘듦을 공감하거나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가 직접 시도해볼 수 있는 일상 루틴과 감각 조절 훈련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레이존 사람들이 삶에서 흔히 겪는 상황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폭발하는 감정을 줄이는 습관,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줄이는 의사소통 기술, 자존감을 회복하는 훈련, 안정감을 되찾는 하루 루틴 관리, 일정한 생활과 감각을 유지하는 팁 등등. 예컨대 흐트러진 수면 리듬을 회복하기 위한 환경 조성 방안, 공황을 극복하는 일곱 가지 단계, 인간관계에서의 오해를 줄이는 의사소통 연습, 상대방의 거절을 거절하는 방법 등은 모두 우리의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전법이다. 특히 감정 조절이 어렵거나 자존감이 쉽게 무너져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그레이존 사람들을 위해 집행 기능 훈련법과 같은 실전적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책은 자기 이해의 언어이자 지금 바로 여기를 살아내기 위한 안내서로 기능한다. 발달 특성·감각 과민·애착 형성 문제·사회적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는 그레이존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누군가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현실적인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상한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