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베리상 3회 수상 작가가 전하는 깊은 감동
『폰 크릭의 아이들』을 쓴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2015년 『안녕, 우주』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2021년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로 뉴베리 아너상을 또 다니 거머쥐었다. 그리고 올해 2025년 『The First State of Being』로 또 뉴베리 대상을 수상했다. 10년 정도 기간 내에 3회나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는 100년 뉴베리 역사에서도 한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일이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에 해당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미묘한 내면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실감나게 표현한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여러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교차하여 보여 주면서 입체감 있는 이야기와 함께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에도 탁월하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생생한 캐릭터, 공감을 주는 표현이 뉴베리상을 계속 수상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특징은 이번 『폰 크릭의 아이들』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다. 전학생 오키드의 이야기이지만 그레이슨과 도로시, 제니를 비롯한 폰 크릭에 사는 12명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된다. 여러 인물들의 교차된 시선으로 전학생 오키드를 입체적이면서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잘 그려 낸다. 또한 오키드를 통해 12명의 아이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틀을 깨는 모습도 감동적으로 전한다. 뉴베리상 수상 작가의 깊은 통찰력과 섬세한 감수성이 빛나는 이 소설은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 생생한 캐릭터와 반전 있는 이야기
『폰 크릭의 아이들』에서 주인공은 전학을 온 오키드 메이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키드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진 않는다. 작은 마을 폰 크릭에 사는 12명의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오키드도 주로 그레이슨과 도로시, 제니의 시선으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여러 화자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교차하여 전개시키며 캐릭터의 입체성을 잘 그려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 또한 그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또한 이 소설의 특별함은 인물들 각자가 보여주는 진실성에 있다. 작가는 각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하여 독자들이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이끈다. 작은 교실의 단 12명뿐인 아이들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변화는 낯설고 두려운 존재이다. 그러나 새로운 전학생 오키드 메이슨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익숙함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그러한 모습이 전학을 간 레니와 전학을 온 오키드의 비교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수수께끼 전학생 오키드는 폰 크릭 아이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이야기하며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자신들의 편견과 두려움,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오키드가 던지는 작은 질문과 행동 하나하나는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감정과 생각들을 끌어 낸다. 그리고 마침내 미스터리한 오키드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고, 아이들이 다 모인 댄스파티에서 수많은 감정이 폭발을 일으킨다.
◇ 제한된 공간 속 편견을 깬 우정과 용기
작은 마을 폰 크릭은 하루하루가 똑같다. 해가 바뀌어도 똑같고, 아이들도 학년만 올라갈 뿐 계속 같은 얼굴을 교실에서 보게 된다. 제한된 공간인 폰 크릭이라는 작은 공동체는 아이들에게는 우주이며 전부이다. 그러한 공간에 미스터리한 전학생이 한 명 들어오게 된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틀이 전부가 아니고, 지금까지 이 공간의 규칙이 상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제한된 공간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우정과 편견, 소통과 변화의 주제를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보통 아이들의 발달에서도 자기 주변의 세계를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사춘기를 겪고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더 큰 세계의 질서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낯선 것들 또한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작가 켈리는 이 작품을 통해 제한된 공간의 틀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복잡성과 우정의 미묘한 갈등,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되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낸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기적이고, 편견에 갇혀 있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면서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