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끝에서 시작되는 진짜 복음 이야기
정연수 목사(효성중앙교회)
복음서 중 가장 짧으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주는 마가복음. 저자는 마가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회피하려 했던 ‘복음의 이상함’을 정직하게 직면하도록 도전하는 데 있다.
『마가가 만난 이상한 예수님』은 신약학자가 쓴 학문서가 아니다. 목회자인 이진경 목사가 마가복음의 줄거리를 따라 강해설교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학자이자 목사로서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시선은 단순한 주석서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실망이겠으나,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많은 질문 속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신학적 대화로의 초대다.
이 책이 주는 첫 느낌은 ‘시선’이었다. 마가복음의 시선이 그러하듯, 저자 또한 예수님의 시선을 따라 ‘밖에 있는 자들’, 곧 경계선 바깥의 이들을 주목한다. 세리와 죄인, 여인과 어린아이, 귀신 들린 자, 병자들까지 마가복음은 모두에게 동일한 복음의 가능성을 전한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짐짓 외면했던 ‘진짜 복음’을 꺼내 보인다. 마가는 예수님을 ‘그리스도’이자 ‘하나님의 아들’로 소개하면서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위한 구원자로 예수님을 조명한다. 이 복음의 보편성과 급진성은 마가복음의 전체 흐름에 걸쳐 드러나는데 저자는 짐짓 당황스러운 접근을 유려한 문장력과 온화한 시선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해 간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아 오해 모티프’는 책 전반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이다. 마가복음의 인물들, 심지어 제자들조차 예수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단지 역사적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적 회피의 문제다. 우리가 만들어 낸 예수상, 우리가 기대한 메시아상은 결국 복음의 본래 형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충돌 속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참된 본질을 해명해 나간다. 그 예수님은 ‘내려오지 않는 십자가의 예수’요, ‘귀신 들린 자에게 찾아가는 예수’이며, ‘침묵 속에서 자신의 고난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또한 이 책은 복음의 "공간성"과 "시간성"을 민감하게 짚어낸다. 예수님의 공생애 시작부터 등장하는 ‘곧(εὐθύς)’이라는 부사는 마가복음이 말하고 싶어 하는 긴박함을 상징한다.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이 도전받았던, 믿음은 머리로 받아들이는 동의가 아니라 가슴으로 반응하는 결단이라는 메시지는 오늘의 독자들도 여전히 도전받는 메시지다.
『마가가 만난 이상한 예수님』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는지’를 진심 어린 고백으로 풀어낸다.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고, 복음을 전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결코 초월적인 위엄이 아니다. 기름을 바르고, 시중을 들며, 끝까지 돌보는 예수님의 사역은 섬김의 진정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하나님이라고 쉬운 일이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게 무거운 책임과 깊은 결단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복음이란 하나님의 고통에서 시작된, 그러나 기어코 포기하지 않으신 사랑의 서사라는 사실을 이 책은 우리에게 거듭 상기시킨다.
이 책은 이상한 예수님을 친근하게 만나게 하는 ‘이상한 책’이다. 마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예수님’을 세상 사람들이 만난다면 교회는 어떤 향기를 뿜어낼까? 마가가 관심 가졌던 이들을 교회가 사랑한다면 세상은 교회를 어떤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볼까? 이 책을 덮었을 때, 마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끌어당기는 자장(磁場)이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