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들이 증언하는 ‘세종의 리더십’
이 책에서 세종은 한 명의 인물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눈에 비친 정치적 존재로 재구성된다.
〇 정인지는 중국과 지식 경쟁을 벌이고자 했던 세종의 자존심을 ‘치열하게’ 그려낸다.
〇 단종을 폐위하고 세조의 편에 들었던 신숙주는 세종이라는 ‘좋은 울타리’를 회상하면서도 정치의 냉혹함을 직시한다.
〇 ‘인사 담당 임원’ 황희가 본 세종의 인재관은 어떠했을까. 공적으로 허물을 덮게 하는 세종의 인재경영의 가장 큰 수혜자인 황희 자신가 선발하고 지켜낸 인재들의 면모를 밝힌다.
〇 김종서가 지켜본 세종은 세심한 전략가였다. “선조가 지켜온 땅은 비록 척지촌토라도 버릴 수 없다”는(226쪽) 비장한 심정으로 백두산을 우리 영토로 만들기 위해 전력하다가도 느닷없이 온천행을 떠나는 의아한 행동도 김종서의 눈으로 분석한다.
〇 허조는 유감동 사건과 같은 성스캔들이나 세자빈의 동성애 사건을 난감한 표정의 세종을 생생하게 묘사해준다. 더 파헤쳐봤자 득보다는 실이 많으므로 사건을 덮어두라는 세종의 정치적 판단의 기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각 인물의 내레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세종의 정치, 그리고 세종 시대의 이면에 닿게 된다. 세종은 특히 군주의 말 한 마디가 가져올 파장을 경계하며 말을 아끼고 귀를 여는 ‘청정(聽政)의 정치’를 실천했다. 당나라 우문사급의 사례를 언급하며, 아첨과 과도한 찬사에 경계심을 드러낸 대목은 오늘날의 리더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맨 얼굴의 세종을 통해 되묻는,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이 책은 세종의 찬란한 업적뿐 아니라, 왕위 계승의 미비, 척불 논쟁의 소모, 고려 왕조에 대한 과도한 단절 의식 등 그가 남긴 한계와 실책도 조명한다. 저자는 세종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라는 칭송에서 끌어내려, 잘한 정치와 그렇지 못한 정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함께 제시하려 한다. 이를 통해 ‘좋은 정치의 한국적 모형’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술술 읽히지만 그저 흘려넘길 수 없는, 21세기 한국에 새삼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