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에 나는 어디로 가는가? 그 질문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가 있다. 이 책 『완비영성록』은 우리가 흔히 ‘영성’이라는 이름 아래 신비롭게 포장해 두었던 세계를, 생생한 삶의 체험을 통해 해부한 한 인간의 기록이다. 이 책은 소설도 신화도 아니다. 그저 작가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아파하며 통과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생생한 보고서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보다 더 놀랍고, 종교보다 더 직접적이며, 철학보다 더 구체적이다.
책은 35세에 심장마비로 느꼈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죽은 줄도 모르고 방 안을 떠돌던 한 남자는 자신을 보고 웃는 ‘귀신무리들’을 만나고, 본능적인 불쾌함과 공포 속에서 어떤 남자를 따라가다 ‘저승사자 사무실’에 도착하게 된다. 이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어느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날 것 같았던 영계와의 접속은 그 이후로도 계속된다. 유체이탈, 귀접, 사형수 귀신의 목조름, 전생의 연인과 원수, 빛과 검은 방, 그리고 도(道)의 중심에 도달하는 ‘먼지’의 깨달음까지 완비는 끊임없이 의식 너머로 진입하고, 거기서 돌아온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구도자도, 스님도, 신부도 아니다. 그는 연구원이었고, 과학을 신봉하던 이성이 강한 남자였다. 그랬던 그가 수십 년에 걸쳐 ‘영혼이 몸을 떠나는 체험’을 반복하면서, 신앙이나 관념이 아닌 실질적인 영적 변화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완비영성록』이 갖는 압도적인 매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믿어야 하니까 믿는다”는 접근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겪고 분석하여 “알게 되었기 때문에 쓴다”는 태도, 그것이다.
책 속에서는 어릴 적부터 나타났던 ‘검은 형체’에 대한 공포, 자취방에서 만난 귀신들, 모텔에 몰려드는 영적 존재들, 죽은 친구의 부모, 아내의 전생 이야기, 어린 여자아이 귀신의 ‘아빠’라는 부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하얀 방’과 ‘검은 방’의 묘사가 압권이다. 하얀 방은 순수의 공간이자 의식이 녹아드는 곳이며, 검은 방은 도(道)의 본체인 ‘먼지’ 하나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 먼지는 곧 성령이자 ‘참나’이며, 모든 존재의 원천이다.
저자 완비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고대 경전 도덕경, 화엄경과의 연결점을 짚어낸다. 도덕경 4장의 “和其光 同其塵(빛을 조화시키고 티끌과 하나 된다)”을, 그가 직접 ‘빛을 조절하여 먼지와 일체가 되는 삼매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것은 신비를 텍스트화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실체로 회복시킨 순간이다. 또한, 그는 윤회, 전생의 업, 가족 간의 인연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들려준다. 아내를 보면 알 수 없이 분노가 올라오는 이유를 알기 위해 검은 방의 먼지에 집중했고, 그 안에서 전생에 ‘전쟁터로 나간 아들’을 끝끝내 기다리다 죽은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보게 된다. 그 아들이 바로 현생의 아내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 장면을 통해 전생이 현생의 갈등을 치유하는 가장 실감나는 구체적 해답임을 말한다.
죽음 이후가 궁금한 사람, 영적 체험이 있는 사람, 명상과 의식 확장에 관심 있는 사람, 불교와 도교 경전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 지쳐 ‘보이지 않는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들. 『완비영성록』은 이 모두에게 한 사람의 체험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리고 이 체험은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임을 강조한다.
이 책 『완비영성록』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와 함께 저 너머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모두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