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그로스는 자유주의 페미니스트에서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그리고 불교 수행자이자 불교 페미니스트로 이어지는 극적인 인생을 보여준다.(그녀는 종교적으로 기독교-유대교-힌두교를 거쳐 불교에 안착한다.)
불교 페미니스트가 된 그녀는 기존에 함께 활동하던 페미니스트 동료들로부터 격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모든 종교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에 그곳에 페미니즘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러한가?
실제로 인도 사회의 전통(강력한 신분제 및 남녀차별)이 불교에 스며들어, 여성 출가자들은 낮은 지위로 강등되고, 여자들은 지도자로서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교육과 수행에서도 배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리타는 이런 것들은 붓다가 의도했던 가르침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며, 따라서 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따른 페미니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붓다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남녀 모두의 해방(해탈)을 목표로 한다. 리타는 초기불교 경전뿐 아니라 대승불교의 가르침도 여성의 깨달음 가능성과 수행 능력, 그리고 깨달음에 대한 헌신을 말하면서 여성 해방을 보장했다는 점을 하나하나 증명하며 보여준다.
그리고 여성학과 페미니즘 방법론을 따라, 역사적으로 가부장적인 전통 안에서 페미니스트의 수행을 지지할 수 있는 불교 전통의 얽힌 실타래를 세심하게 풀어낸다. 그런 한편으로, 불교의 해방적 가르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러한 가르침이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이루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부장적 구조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불교가 여성에 대해 보여 온 그런 양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통 사회에서 여성들은 독립적ㆍ주체적인 삶보다는 남편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으며, 임신, 출산, 육아를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남성들 역시 경제적, 사회적, 성적 성공에 대한 기대와 압박으로 고통받아 왔다.
리타는 이러한 고통들이 여자와 남자 모두가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생각 없이 끄달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페미니스트들도 ‘여성’ 정체성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이러한 끄달림에 빠져 비페미니스트나 남자를 폄하하는 등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리타는 이런 끄달림을 놓아버리는 것이 ‘젠더 역할이라는 감옥’에서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열쇠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한 방법을 불교 수행에서 찾는다. 즉 불교 철학의 관점을 통해, 젠더라는 강력한 개념-마치 태생적으로 타고나 어찌할 수 없는 절대불변의 것으로 여기는-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젠더 정체성의 허구를 꿰뚫어보고 젠더 역할의 감옥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과 실용성을 갖추고 있는 책으로, 불교와 젠더 연구 양쪽에 의미있는 성찰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