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가계부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날 때부터 엄마였고 할머니였을 것만 같은 어른들의 젊은 날은 우연히 발견된다. 오래된 앨범 속에 빛바랜 사진, 언제나 방 한 편을 차지하던 자개장롱, 40년 넘게 써 온 가계부 등에서 말이다. 〈할머니의 가계부〉는 예하가 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가계부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가족의 진한 사랑을 느끼고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준다.
열두 살 예하는 그곳에서 자기 또래의 어린 고모들과 아빠 그리고 젊은 날의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자신이 몰랐던 가족들의 삶을 발견한다.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호떡 장사에 부업에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도와 어린 나이에 큰 책임을 지게 된 큰고모, 무뚝뚝한 아빠의 천진한 어린아이 때 모습을 보며 어렵기만 했던 큰고모와 아빠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고모도, 아빠도 그리고 자신도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하는 그때서야 할머니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추모할 수 있게 된다.
곁에 있어도 잘 모르는 게 가족이다. 〈할머니의 가계부〉는 네 남매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할머니의 삶을 손녀의 눈을 통해 보여 주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예하가 시간 여행을 통해 곁에 있는 가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사랑을 표현하게 된 것처럼, 어린이 독자들도 책을 읽고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믿고 보는 이야기꾼 윤미경 작가와,
그림에 숨을 불어넣는 김동성 작가의 세 번째 만남
작가들의 합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글자를 품은 그림’과 ‘그 오월의 딸기’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 냈던 윤미경 작가와 김동성 작가가 다시 만났다. 골목길에서 들리던 찹쌀떡 장수 소리, 구름 같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 달콤한 냄새로 아이들을 유혹하던 달고나, 시끌벅적한 운동장과 문방구. 지금은 보기 힘든 그 시절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1980년대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생동감 넘치는 글과 그림은 어린이들에게 다른 세상을 탐험하는 듯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