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카우르’ 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화나 책을 볼 때 인도를 배경으로 하거나 인도 사람이 나오는 경우 그들의 성이 대부분 ~ 싱, ~ 카우르 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도대체 인도에는 얼마나 많은 싱과 카우르가 있는 것인가하고 생각한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김씨만큼 많을 것이다.
싱과 카우르는 바로 시크교인들의 성이다. 시크교인들의 명명식은 간단하다. 신성한 책을 참고하여 어린아이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구루 《그란트》가 쿠션에 등을 대고 쉬고 있는 동안 낭독자(집에서 진행되는 경우 가족의 일원, 구루드와라일 경우에는 공적인 낭독자)는 두 손을 구루 《그란트》에 대고 임의로 부드럽게 페이지를 펼친다. 아이의 이름은 펼쳐진 구루 《그란트》의 왼쪽 페이지의 첫 번째 문자로 시작된다. 시크교는 소년과 소녀의 이름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즉, 남녀가 평등하다는 말이다. 아이의 성별은 이름에 싱(Singh, 남아의 경우) 혹은 카우르(Kaur, 여아의 경우)가 덧붙여져 표현된다.
즉, 영화나 책에 나오는 인도인 대부분이 시크교인인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시크교인들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그것은 인도에 있는 다른 종교들(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과는 격이 다른 개방성과 평등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크교 창시자 구루 나나크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크교는 힌두교나 이슬람의 분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는 힌두와 이슬람을 합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크교는 1469년 지금은 파키스탄에 속한 북인도의 탈완디(Talwandi) 마을에서 구루 나나크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2천 3백 만이 넘는 전 세계의 시크교인에게 있어 구루 나나크는 그들의 유산의 출발점이 된다. 시크교인은 누구나 그의 장엄한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대부분의 시크 가정과 사업장에는 구루 나나크의 그림이 걸려 있다. 구루는 보통 하얀 수염에 후광에 싸여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때 그는 힌두 양식과 이슬람 양식이 결합된 옷을 입고 있다.
구루 나나크는 어릴 적부터 주변 세계에 순응하기를 거부했다. 학교의 틀은 그에게 답답했으며, 아버지가 그려놓은 ‘성공의 지도’는 그의 내면에 맞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늘 밖을 향했고, 풀과 바람, 그리고 현자의 목소리를 더 좋아했다. 세상에 물드는 대신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 나나크는 어쩌면 그때부터 ‘다르게 보는 법’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체험은 나나크의 삶을 바꿔 놓았다. 실재의 일자성, 곧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깨달음은 그를 길 위로 이끌었다. 그는 선언했다. “힌두도 없고 무슬림도 없다.”
그는 수피, 힌두 사제, 불교 승려, 자이나 수도자, 심지어 무슬림 재판관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나 겸손하고 열린 태도로, 상대의 신앙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진실을 말했다. 그의 다원주의는 ‘모두가 옳다’는 회피가 아니라, 다름 속의 공통점을 꿰뚫어보는 통찰이었다.
시크교와 시크문화에 대한 안내서
이 책은 시크교가 어떻게 시작이 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발전하였는지를 연대순으로 먼저 보여준다. 초대 구루인 구루 나나크가 어떻게 시크교의 기반을 닦았는지 보여준 뒤 10대 구루까지의 계보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 구루였던 구루 고빈드 싱이 시크의 정체성을 확립한 후 성서인 그란트가 구루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크교의 철학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우리는 여기서 시크교가 세계 종교 최초로 남녀 평등과 인류 평등에 앞서 갔음을 볼 수 있다.
이후 다른 종교인들과 어떻게 싸워서 자기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었으며 영국 식민지 시절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살아남은 시크교인들은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한다. 시크교인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평등사상이 가장 크게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간 시크교인들은 세계 각지에 시크 공동체를 만들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독특하고 특출난 모습을 보여준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약 1천 5백 만의 시크교인이 펀자브에 살고 있고, 약 5백만 명은 인도의 다른 지역에, 약 3십 3만 명은 아시아에, 약 5십만 명이 유럽에, 그리고 약 5십만 이상이 북아메리카에 각각 살고 있다.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시크교인들의 생활 모습과 시크교인 예술가와 작가들의 성과물들을 마지막 장에서 살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크교인뿐만 아니라 인도에 대한 이해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역자 후기
이 책은 인도에서 발생한 시크교(Sikhism)에 대한 것이다. 시크교는 15세기 말 인도의 북부 펀자브(Punjab) 지방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시크교는 ‘찾는 자’(seeker), ‘제자’(disciple)를 의미하는 단어 ‘시크’(sikh)에서 유래했다. 시크교의 창시자는 나나크(Nanak, 1469–1539)이다. 나나크를 시초로 시크교에는 모두 열 명의 구루(Guru, ‘스승’)가 존재했다. 마지막 열 번째 구루인 고빈다 싱(Guru Gobind Singh)은 시크 경전 《그란트》(Grant)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였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크교는 인간이 아닌 경전이 구루의 자리에 있는 독특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시크교》는 이러한 시크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니키-거닌더 카우르 싱(Nikky-Guninder Kaur Singh)은 수 년 동안 대학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시크교에 대한 여러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크교의 발생과 그 발전의 역사, 종교적 교리와 철학, 그리고 시크 윤리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크교의 문화와 의식, 제도, 예술과 건축, 디아스포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시크교의 여러 양상들을 개관하면서 저자는 전통적인 종교 체계를 변화하는 현대의 관점에서 포착하고 이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술한다.
시크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힌두교와 불교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커다란 종교 공동체이다. 현재 지구상에 거주하는 시크교인은 약 3천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시크교는 세계적인 종교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의 출간이 시크교를 한국에 알리고 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