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과 이에 따른 비대면 사회 환경의 대두는, 한국 사회에 있어 명절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신기술 문명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지니는 준거와 지향 가치를 빠르게 변화시키며 명절의 쇠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대는 바야흐로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 상호 교섭이라는 전통적 소통 방식이 해체되고, 매개체 간의 접촉이라고 볼 수 있는 ‘제3자적 만남’이 확산되는 시기이다. 이러한 사회·문화 구조의 변화가 가족, 친척, 마을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품을 나누고 정을 키우는 방식으로 기념되어 온 한국 명절 및 풍속의 지속 가능성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은 한국의 전통 풍속과 이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져 가는 지금, 한민족의 소중한 유산을 기억하고 지키기 위한 마음에서 기록되었다.
“빛바래 가는 한민족의 자화상을 붙잡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 영원한 기억을 위한 새로운 기록”
풍속이란 예로부터 한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나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 양상을 말한다. 한복을 입고 초가삼간에 살며 쌀밥에 김치를 먹고, 호미로 밭을 매는 일들이 모두 한국의 전통 풍속이며, 명절이면 성묘를 하고 이웃끼리 모여 줄다리기를 하는 등 특정 시기를 맞아 이를 기념하며 행했던 일들이 모두 한국의 세시풍속이다. 한민족의 풍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와 삶의 가치는 물론, 그들이 이어 온 삶의 지혜와 애환이 담겨 있다.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대격변기를 맞은 지금, 시대의 정서나 가치가 변하더라도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우리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민족이 어떤 명절을 무슨 이유로 어떻게 기념했는지, 우리가 특정 시기에 챙겨 먹는 ‘만두’, ‘팥죽’, ‘송편’과 같은 음식은 어떤 배경에서 기원했고 우리가 매일 먹는 ‘쌀밥’과 ‘김치’는 어떤 환경에서 자리 잡았는지와 같은 전통이 기록되고 연구될 필요가 있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국의 전통 시기와 연결될 수 있는 민속 현장의 지역 풍속을 한데 담아 펴낸 새로운 풍속 연구서이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은 양반 중심의 문헌 풍속과는 달리, ‘팥죽 뿌리기’나 ‘용왕먹이기’, ‘화전놀이’나 ‘달집 태우기’와 같이 농어촌 및 산촌 등에서 실제로 행해졌던 전국 각지의 풍속들을 생생히 담아냈다. 또한 동지나 대보름, 유두, 백중 등 속절 중심의 ‘세시 풍속’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전통 풍속을 함께 조명하여 쌀밥과 김치로 대표되는 한국의 식생과 식문화에 대해서도 연구했으며, 이 지점에서 가장 흔한 명절 음식 중 하나인 만두의 기원과 종류에 대해서도 살폈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도서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이 풍속인 ‘잔치식 상·장례’와 같은 전통 풍속에 대한 현장 연구도 수록함으로써 명실상부 한민족의 풍속 전반을 아우르는 전통 연구서로서 기능한다. 특히 ‘밤다리’로 대표되는 잔치식 상·장례의 경우 음식 부조 및 일손 돕기 등 ‘품앗이’ 형태의 참여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풍속에 반영된 한민족의 전통적인 공동체 인식과 의식 저변의 지향 가치는 핵가족의 일반화와 기계 문명 발달 등으로 개인주의가 가속화되어 가는 현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잊히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우리의 자화상이자 한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국의 풍속. 이것이 세월 앞에 풍화되지 않도록 다시금 기억하고 보전하는 데 있어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