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기다려 주고, 먼저 손을 내밀고…
쉽지만 어려운 친구 사귀기
친구는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사실 친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친구일 수 있어요. 세세한 기준은 다양하지만, ‘친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것도 있어요. ‘마음을 나눈 사이’, ‘나를 이해하고 곁을 지켜 주는 사람’ 같은 것 말이지요.
책고래마을 신간 《박치기 양》은 친구도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어느 양 이야기입니다. 양은 심술이 나면 박치기부터 해서 동물들에게 ‘박치기 양’이라고 불렸어요. 늘 배가 고팠던 박치기 양은 동물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있으면 달려가 들이받았어요. 늑대도, 사자도 박치기 양 앞에서는 쩔쩔맸어요. 당연히 동물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지요. 박치기 양이 빨리 다른 데로 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먹을 것을 얻지 못해 걷고 또 걷던 박치기 양 앞에 신기한 열매가 열린 나무가 나타났어요. 박치기 양은 늘 그랬듯 있는 힘껏 나무에 머리를 들이받았어요. 그 바람에 나무 위에서 자고 있던 새 삼총사가 깜짝 놀라 날아올랐어요. 박치기 양이 열매를 독차지하려고 하자 삼총사는 열매를 입에 물고 달아났어요. 박치기 양과 삼총사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열매가 여기저기 흩어졌지요. 그런데 잠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열매에서 삐죽 싹이 돋더니 금세 꽃이 피었어요. 점점 자라더니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로 자라났지요. 박치기 양과 삼총사는 신이 나서 나무 열매를 뿌렸어요.
어느새 동물들이 궁금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박치기 양은 먼저 다가가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었지요. 동물들도 환하게 웃으며 박치기 양을 맞았고요.
박치기 양은 왜 배가 고팠을까요? 먹을 것만 보면 달려들어 실컷 배를 채울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어쩌면 박치기 양은 다른 동물들의 관심, 마음을 얻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아무리 먹어도 마음 한편에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아 더욱 심술궂게 굴고 먹을 것에 집착했을 수도 있지요.
제멋대로 행동하던 박치기 양은 신기한 나무 열매를 통해 가만 ‘기다리면’ 더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또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섰지요. 삼총사가 말했던 ‘마법 같은 일’은 어쩌면 박치기 양에게 일어난 변화 아닐까요?
강원도 대관령 산길을 걷던 아우야요 작가는 목장을 바라보다 유독 무리에서 떨어져 있던 양에게 눈길이 갔어요. 그리고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던 자신을 돌아보며 ‘박치기 양’을 떠올렸지요. 우리에게도 이따금 ‘박치기 양’과 같은 모습이 불쑥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욕심이 앞서고 마음이 급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말이지요. 순간의 실수로 오랜 친구를 잃기도 하고요. 신비한 나무는 박치기 양에게 선물을 주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말을 거는 듯합니다. 조금 기다려 보고,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라고요.
《점점점》, 《천천히 가도 괜찮아》에서 일상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림책으로 풀어냈던 아우야요 작가는 《박치기 양》에서도 재치있고 솜씨 좋은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개성적인 그림과 간결하고 재미있는 글이 그림책에 푹 빠져들게 만들지요. 우주의 어느 별을 그린 듯한 배경, 독특한 나무의 모양 등 그림 속 다양한 요소도 눈길을 끕니다.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고, 친구와의 사이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스럽다면 《박치기 양》을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박치기 양에게 찾아왔던 마법 같은 순간이 여러분에게도 찾아올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