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옥수수 까던 그 밤》은 일상의 소소한 풍경 속에서 묻어나는 정감 어린 기억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 따뜻한 시편들로 가득하다. 시인은 삶을 서정적인 시선으로 보듬으며 사라져가는 농촌의 정취와 가족, 자연, 감정의 흐름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시어로 풀어낸다. ‘국수를 삶다’, ‘지게 그림자’, ‘엄마의 손가락’, ‘설거지’ 같은 작품에서 우리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따뜻함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과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시편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한 편의 연작소설처럼 유기적으로 흐른다. 제1부에서는 자연과 계절,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한 추억과 현재의 삶을 잇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조명한다. 제3부는 시인의 내면 세계와 감정의 결을 다루며, 제4부에서는 일상적이고 유쾌한 관찰과 상상력을 통해 웃음과 여운을 동시에 선사한다.
권 시인의 시는 과장된 수사 없이 평범한 말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그 속에 깃든 감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옥수수를 까며 둘러앉았던 가족의 풍경, 푸르게 싹트는 감자처럼 부활하는 희망, 하루의 고단함을 설거지로 씻어내는 소박한 일상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시인은 한 줄 한 줄에 삶을 보듬는 온화하고 따스한 시선을 담아, 복잡한 세상에서 순수함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일깨운다.
《옥수수 까던 그 밤》은 시를 읽으며 위로받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시집이다.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아 더 감동적인 이 시편들은, 잊고 지낸 감정들을 다시 꺼내게 만들며, 시인의 말처럼 “글 쓰는 순간만은 늘 행복했다”는 고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삶의 깊은 울림이 담긴 이 시집은, 독자의 마음 한편에 따스한 등불처럼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