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집밥이 이렇게나 다양해졌다!
튀김을 살포시 올린 오노카욱쉐부터
꿀을 붓고 기다리는 바스부사까지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이란주 작가에겐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가 많다. 오랫동안 이주 인권 단체에서 일한 덕분이다. 그 친구들은 다들 무얼 먹고 지낼까? 궁금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고향 요리 좀 가르쳐 주세요.” 『우리 집에 가서 반미 먹을래?』는 그렇게 시작된 ‘이웃집 집밥 탐방기’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인 만큼 책에 등장하는 요리들도 제각각 독특하다. 베트남의 ‘반미’나 일본의 오코노미야키처럼 비교적 친숙한 음식이 있는가 하면, 미얀마의 오노카욱쉐나 태국의 랍무처럼 처음 보는 음식도 있다. 한국에서 나는 재료를 더러 사용해 어느 정도 한국화된 요리도 있는가 하면, 현지에서 어렵사리 구해 온 향신료를 넣어 이국적인 색과 향을 그대로 살린 요리도 있다. 집밥이기 때문일까? 어느 요리건 모두 맛깔스럽고 정답다.
이란주 작가는 그 모든 요리의 재료부터 하나하나 살폈다. 요리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배우고, 함께 기다리다가 완성된 뒤엔 함께 맛보았다. 여느 집처럼 요리하는 손길은 분주하고, 손님에게 대접할 요리라 생각하니 늘 만드는 음식임에도 전에 없던 긴장감 속에 한 자락 자부심도 흐른다.
한 그릇 음식 속에 담긴 역사, 문화, 사람 이야기
단정한 문장이 이끄는, 이웃을 향한 환대의 마음
음식도 별미지만, 더욱 깊이 음미하게 되는 것은 그 음식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다. 이란주 작가는 함께 요리하고 맛보며 나눈 이야기를 한 상 가득 펼쳐 낸다. “그저 음식을 엿보고자 했는데, 내가 만난 것은 문화였고 역사였고 사람이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박한 집밥 한 그릇 속에 내려앉은 이야기들이 녹진하고 깊다.
이집트에서 온 난민 샤이마 씨가 간직한, 언젠가 아랍 문학을 번역해 소개하고자 하는 꿈이 그렇고, 고려인의 후손으로 러시아에서 살아오며 당근으로 김치를 담근 텐타마라 할머니의 사연이 또 그렇다. “고수 먹어야 사람 된다.”라는 농담 속에 엄마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낸 베트남 아이의 씩씩한 웃음이 그렇고, 청년 시절에 한국에 와 땀 흘려 일하다 어느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네팔 사람 로선의 마음이 그렇다. 그 이야기들이 이란주 작가 특유의 성찰적이고 단정한 문장 속에 녹아들자 ‘이주민’이나 ‘다문화’와 같은 딱딱한 단어로는 잘 가늠할 수 없던 구체적인 사람들의 숨결이 오롯이 전해진다.
이란주 작가는 가까운 몽골이나 베트남부터 멀리 이집트와 페루까지 세계 곳곳에서 온 이들의 음식과 이야기 열 가지를 담아냈다. 열 가지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향과 맛과 이야기를 맛보다 보면 우리가 수많은 다양한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요리를 차례차례 맛보고 나면 이주민들을 환대할 용기가 생겨나는 것 같다. “낯선 향, 낯선 맛에 다가가는 용기가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이란주 작가의 집밥 탐방에 사진작가가 함께해 조리 과정과 완성된 음식을 사진에 담았다. 집밥답게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으로 치장하지 않고, 집에서 쓰는 그릇에 담아 그대로 찍었다. 소박하고 정갈해서 더욱 먹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