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임상의학을 확립한 의사 ‘헤르만 부르하버(1668~1738년? 네덜란드)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서재에서 단단히 밀봉된 책 한 권이 발견되었다. 제목은 『의학사상 다시 없는 심오한 비밀』. 이 책은 경매에서 엄청난 금액에 낙찰되었고, 마침내 개봉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페이지는 백지 상태였고, 마지막 페이지에만 이렇게 쓰여 있었다.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 그러면 모든 의사를 비웃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50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이렇게 빠른 성장 속에서 결핵, 간염 같은 감염병이나 골절과 같은 질환은 감소하고 소위 선진국형 질환이라는 고혈압, 당뇨, 협심증, 뇌졸중, 암과 같은 질환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병들의 대부분은 건강한 생활 습관만으로도 예방과 치료에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활 습관병’이라고 부른다. 부르하버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도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과학과 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고혈압, 당뇨, 협심증, 뇌졸중, 암 등 다양한 질환이 함께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끊임없는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것이다. 또한 가장 흔한 소화기, 내분비, 호흡기, 심장, 정신 등 5개 분야의 질환에 대한 기본 개념과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질병에 대한 이해가 처치 과정에 쉽게 적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차별점은 ‘의료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진료 현장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절실히 깨달은 저자는 국내 최초로 의료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로, 환자가 의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는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의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궁금한 내용을 적어 가서 보여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스스로 메모를 하는 과정에서 질문의 요지가 명료해지는 효과도 있다. 의사를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하되, 일단 주치의로 결정했으면 믿고 의지해야 한다. 자꾸 의심하고 확인하다 보면 서로 불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은 경험 등을 솔직하게 말하면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만일 따뜻하고 자상하지만 실력은 떨어지는 의사와 환자에게 면박이나 주지만 실력은 뛰어난 의사가 있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저자는 단호하게 괴팍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라고 말한다. 부족한 실력을 말로 대신하려는 의사에게 몸을 맡긴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쇼닥터’(show doctor)도 피하라고 말한다. 또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질환이 아닌 경우에는 대형병원보다 중소병원이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밖에 진단이 쉽게 나오지 않을 때, 병원마다 다른 치료 방법이 나올 때 환자의 대처법에 대해서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