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시대에서 이성의 시대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 신의 섭리가 자연을 지배한다는 가르침, 인간은 변화하지 않는 존재라는 전통적 관념… 이런 통념들에 의문을 품고,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당시 종교와 전통의 권위에 맞서 지식의 진보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의 방향을 바꾼 과학자들》은 그런 지성의 용기를 기념하는 책이다. 코페르니쿠스에서 뉴턴까지, 중세의 암흑시대를 넘어 근대 과학의 세계를 열어젖힌 인물들의 궤적을 그리며, 어떤 배경에서, 어떤 저항을 뚫고, 어떤 과학적 발견을 이루어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과학은 세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
이 책은 19세기 말의 대표적인 물리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올리버 로지 경(Sir Oliver Lodge)이 근대과학의 개화기를 이끈 인물들의 업적과 삶을 이야기한다.
15~17세기에 활동한 코페르니쿠스, 티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은 인류의 지적 지평을 혁명적으로 넓힌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보게 되었는지, 치열한 탐구의 여정과 사유를 따라가며. 세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로 그 첫 문장을 써내려간 눈부신 과정들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평생에 걸쳐 집필했던 자신의 저서를 죽기 직전에 출간했다. 태양 중심 우주라는 그의 주장이 신성모독으로 여겨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하늘의 불완전함을 증명한 대가로, 종교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문서를 남기고 죽을 때까지 연금 상태에서 침묵해야 했다.
케플러는 마녀로 몰린 어머니를 변호하면서, 신의 조화와 수학의 질서를 하나로 통합하려 했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철학이 교회에 의해 금서로 지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여 여러 사상을 우회적으로 표현해야 했고, 뉴턴 역시 종교적 언어를 빌려 만유인력의 질서를 설명하면서도, 인간의 이성이 신의 계획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어야 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인물 전기나 과학 연대기에 머물지 않고, 과학자의 사유 방식과 시대적 배경, 종교적 전통과의 충돌 그리고 그 경계 위에서 과학적 진리를 추구한 개인의 고뇌까지도 특유의 명쾌하고 열정적인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울러 과학적 사실과 법칙들도 쉽고 명료한 설명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과학의 역사는 편견과 무지의 경계를 허무는 사유의 역사
21세기의 우리는 과학기술의 정점에 있지만, 때때로 다시 편견과 무지, 믿음과 지식의 충돌 앞에 놓이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러면 ‘인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세상의 방향을 바꾼 과학자들》에서 저자는 과학의 본질이 단순히 ‘사실’을 축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선 의심’에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이 어떻게 종교적 전통과 충돌하면서도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해 왔는지를 보여주면서, ‘수세기 동안 내려온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사실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볼 용기’를 강조한다.
저자는 과학자를 사유의 경계를 확장한 철학자이자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혁명가로 보았다. 그의 눈에 과학은 ‘인내하는 인간의 사유의 역사’였다.
《세상의 방향을 바꾼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과학이 어떻게 인간 정신의 경계를 확장시켜 왔는지를 감동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명료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 과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기술적인 내용은 줄이고, 역사적 긴장감과 지적 감동을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