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쉴 시간이 없고, 쉬고 나면 더욱 불안해요.”
‘쉼 결핍 증후군’이 그려낸 현대인의 초상
아주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여행길에 오르는데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인사평가 시즌을 앞두고 있는데 휴가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는 않겠지?’ ‘그 거래처에서 연락 주기로 했는데 후임이 잘 처리하겠지?’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럽다. 결국 여행 내내 휴대전화를 붙들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일한 것과 다름없는 피로감이 몰려온다. 왜일까? 우리의 쉼은 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걸까?
이영길 교수는 이 또한 ‘쉼 결핍 증후군’의 증상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쉼 결핍 증후군은 이영길 교수가 새롭게 만든 개념으로, 쉼이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뜻한다. 피로, 우울, 불안, 번아웃 등이 이 증상에 속한다. 쉼 결핍 증후군은 단순히 쉴 시간이 부족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쉬는 시간이 낭비라고 여겨질 때 찾아온다.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쉬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겨우 시간을 내서 쉬더라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쉼 결핍 증후군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사회의 구조다. 바쁜 삶을 선망하고, 쉬는 사람은 게으르거나 발전 욕구가 없다고 여기는 세태 말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거치며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제때 결혼하고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인생의 기준이 빠듯한 한국에서는 쉼 결핍 증후군이 더욱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매일 야근을 하고 새벽같이 출근하며 피로에 허덕이지만 쉬는 순간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일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면서 삶에서 쉼을 계속 밀어내고 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나서야 강제로 멈추기도 한다. 이 책은 바쁨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 이면에 어떤 사회 구조적 압박이 있는지, 개인은 이에 어떠한 심리적 반응을 보이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쉼이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자신의 삶 속에서 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당신이 겪고 있는 쉼 결핍 증후군의 원인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수정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를 위해 쉼 결핍 증후군 등 심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다수 수록했다.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쉼 또한 일과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일하지 않는 당신,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당신도 소중한 당신임을 깨닫기 바란다.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긴장과 불안으로 과부하된 삶을 위한 6가지 쉼 처방전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쉼 결핍 증후군을 진단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쉼이란 무엇인지 짚어본다. 3장부터는 잃어버린 삶의 목적을 되찾고 일상을 충만하게 하는 6가지 쉼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3장 ‘멈추는 법을 알아야 나아갈 수 있다’에서는 ‘멈춤의 쉼’에 대해 이야기한다. 쏟아지는 일, 충족되지 않는 욕망, 미디어의 넘치는 정보, 타인의 시선 등 우리를 끝없이 바쁘게 만드는 것들을 점검하고, 어떻게 이들과 이별하는지 살펴본다. 4장 ‘일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는 ‘일하지 않는 쉼’을 다룬다.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이 일로 규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를 소개할 때도 직함을 말하고, 번듯한 직업이 없으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장에서는 일에 매몰된 나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법을 배워본다.
5장 ‘그 욕망은 정말로 당신의 것인가’에서는 ‘욕망을 재조정하는 쉼’을 알아본다. 우리 안에는 무질서한 욕망이 있다. 과도한 소유욕, 타인에 대한 애착, 무제한적인 권력 추구, 명예와 승진에 대한 강박,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쟁의식 등이다. 이처럼 충족되지 않는 욕망으로 삶을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 날 싱크홀처럼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이를 예방하는 법을 일러줄 것이다.
6장 ‘당신의 언제부터 웃음을 잃었는가’는 ‘기쁨의 쉼’을 소개한다. 사회적 성공, 돈, 명예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순간에서 기쁨을 찾고, 그 빈도를 늘려갈 때 삶은 다채로워진다. 이 장에서는 모르고 지나쳤던 기쁨을 찾아 누리는 법을 이야기한다.
7장 ‘세상의 속도에 몸을 내맡기지 마라’에서는 ‘느긋한 쉼’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느긋한 쉼이란 우리를 채찍질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서 나만의 속도를 찾는 연습이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도록 말이다. 마지막 8장 ‘삶은 사람으로 충만해진다’는 ‘사랑의 쉼’을 다룬다.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연결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이 6가지 쉼은 긴장과 불안으로 점철된 삶의 해독제다. 쉼을 통해 당신은 더 당신다워지며, 세상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균형 있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홀가분한 삶’이다. 결국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라는 고백은 가볍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겠다”라는 선언이며, “나 자신으로 살겠다”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 참 잘했다. 이제 내려놓아도 좋다.”
모든 걸 잘하려다 나 자신에게 가혹해진 이들을 위한 자기 돌봄 수업
무엇이 우리 삶을 이토록 무겁게 만들까? ‘책임감’ 아닐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살아왔다. 공부 잘하고 착한 자식이 되어야 했고, 높은 성적의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되어야 했다. 졸업을 하고 나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일 잘한다는 평을 들으며 말이다. 결혼을 한 뒤에는 다정하고 든든한 배우자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자식에게 부족함 없이 모든 걸 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했다. 이 모든 목적에는 당연한 듯 당신의 책임, 의무, 희생이 뒤따랐다.
이 책은 단순히 쉬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늘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던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는 그만큼 좋은 사람이었는지 묻고 답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무너지고 마모되는 상황까지도 버텨온 그 삶이 정말로 당신을 위한 것이었는지 돌아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쉴 줄 모르고, 쉬는 걸 두려워하고, 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괜찮다. 쉬어도 좋다”라고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은 없다. 각자에게 맞는 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신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내려놓아도 좋다!” 당신은 충분히 잘해왔다. 아마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이다. 그러니 벅찰 때는 멈추어도 된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인생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을 찾아가는 여정에 뛰어들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이 책이 출발선에 선 당신의 등을 밀어주고, 길을 잃을 때마다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