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 침묵 속에서 준비된 ‘말의 사제’였다면,
이제명은 소음 속에서 탄생한 ‘말의 전사’다
시대가 바뀌어도 두 사람의 말과 글은 닮아 있다
2001년부터 수많은 구독자들에게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내온 작가 고도원. 그는 국민의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대통령의 말과 글을 만들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이후 그는 충주의 깊은 산 속에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고 명상센터를 운영하며 25년간 은둔생활을 했다.
고도원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것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였다. 그리고 이어진 탄핵, 조기 대선이라는 격랑의 시간 속에서 고도원은 우연한 기회에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문과 취임사 작성을 돕게 되었다. 5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김대중의 언어를 이해하고 주목했던 고도원은 이재명이라는 또 한 사람의 언어에 주목하게 된다. 은둔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의 언어가 많이 겹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고도원은 이 책의 부제이자 각 장의 키워드인 김대중·이재명의 눈·말·글·몸이 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1장에서는 ‘눈’을 통해 그들이 본 세계관을 보여주고, 2장의 ‘말’은 그들이 선택한 싸움의 무기를 보여준다. 3장의 ‘글’은 그들이 기록으로 남긴 한 시대의 문장을 드러낸다. 그리고 4장의 ‘몸’은 ‘몸짓’으로 표현한 ‘몸 언어’를 뜻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김대중과 이재명의 언어를 눈·말·글·몸이라는 틀로 해부하고, 그 언어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지를 탐색한다.
김대중은 준비된 언어를 구사했다. 그의 말은 언제나 시간을 두고 정리되었고, 그의 글은 오랜 사유와 통찰로 이어졌으며, 그의 몸짓은 항상 절제 속의 품격을 지켰다. 그는 말로 이기려 하지 않았다. 유머와 침묵으로 이겼다. 그의 언어는 ‘양심을 흔드는 사상’이었다.
이재명은 정면 돌파의 언어를 구사했다. 그의 말은 길 위에서 태어났고, 그의 글은 고단한 삶의 기록이었다. 그의 몸짓은 자신을 가로막는 벽을 넘기 위한 사다리였다. 그는 대통령 선서를 하자마자 국회 청소원들과 악수하고,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었다. 그는 때때로 그렇게 몸으로 말했다. 그의 언어는 ‘현장을 흔드는 파격’이었다.
이 책은 김대중과 이재명의 눈·말·글·몸을 통해 ‘리더의 언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묻는 여정이다. 두 대통령의 언어를 비교하고 해석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들 언어의 유전자에 담긴 영혼의 무늬, 양심의 구조,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 국민을 아우르고 품는 정치 지도자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찾아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언어에서 우리는 이 시대 정치 지도자의 언어를 읽어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과거와 미래, 말과 행동을 연결하는 것이 리더의 언어다. ‘살아 있는 언어(Living Language)’, 고통의 바닥에서 피어난 언어, 현장과 일상 속에서 태어난 언어, 분열의 시대에 통합을 끌어내는 언어, 그것이 곧 지도자의 언어다. 리더는 언어로 세상을 움직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두 리더의 언어를 돌아보며 자신만의 눈·말·글·몸의 언어 체계를 세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