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음악의 예술적 재발견
이 책에서 펼쳐지는 팝 음악의 미학을 따라가 보자. 일단 팝 음악은 그 하위영역인 록이나 소울과 구별된다. 또 대중음악과 교차하지만 일치하지 않고, 팝 문화와도 대조되며, 지난 약 70년 동안의 모든 스타일을 망라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모든 경우에 붙이는 애매모호한 접두사인 팝과도 정반대의 것”이다. _옮긴이 후기
디데릭센의 『 팝 음악의 미학(Aesthetics of Pop Music)』은 대중음악을 예술적 대상으로 재발견하고자 하는 야심 찬 시도이다. 저자는 팝 음악을 그저 ‘음악’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채널,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적 공간, 그리고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 이 모든 것이 팝 음악을 이루는 일부이며, 실제 음악은 그중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팝 음악은 단순히 시장의 소비재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복합적인 의미를 형성해 온 예술 형식이다.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같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화산업 비판을 출발점으로 삼되, 키틀러의 미디어이론 방법론을 활용해 분석했다.
팝 음악의 매력과 영향력: 의도적인 속박과 무의식적 탈주
디데릭센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팝 음악사를 돌아보면서, 록과 펑크, 일렉트로닉에서 힙합에 이르는 다양한 흐름이 어떻게 사회운동과 결합하거나 문화적 반향을 일으켰는지 조명한다. 이를 통해 음악이 단순히 사운드의 집합이 아니라 집단적 감각과 정서,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임을 강조한다. 특히 소비와 권력, 쾌락과 저항이라는 이중적 관계망 속에서 팝음악이 생산되고 재매개되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해부한다.
디데릭센은 일반적인 음악과는 다르게 팝 음악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소음이 오히려 ‘진짜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노래하다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녹음 중 시끄러운 피드백이 들리는 것은 보통 ‘실수’로 여겨진다. 하지만 팝 음악에서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의도된 ‘목표’가 된다고 말한다. 팝 음악은 ‘현실’과 만들어진 ‘공연’ 또는 ‘녹음’의 경계에 서 있다.
미적 체험과 비판적 성찰의 장
결국 『Aesthetics of Pop Music』는 대중음악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틀을 제공하는 동시에, 학문적 연구자들에게도 풍부한 분석의 지평을 열어 주는 저작이다. 음악이 지닌 즉흥성과 집합적 행사성, 기술적 조율이 어떻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미학적 체험을 만들어 내는지 탐구함으로써, 팝 음악이 문화적 권력과 감수성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명료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통찰과 비판적 성찰을 촉발하는 의미 있는 기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