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사유의 거리에서 남북을 다시 보다
《Re 남북관계론》은 남과 북의 관계를 여섯 개의 동사-생각하다, 바라보다, 짓다, 정하다, 넘다, 멀어지다-로 풀어낸 독특한 시도이다. 이 책은 ‘통일’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어려운 시대 분위기 속에서, 남북 관계를 사유하고 재구성하려는 여섯 명 연구자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1장에서는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반공 이데올로기, 미디어, 언어 등을 통해 되짚고(생각하다), 2장에서는 북한이 남한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제도, 역사인식, 통일담론을 중심으로 분석한다(바라보다). 3장에서는 평양이라는 도시공간을 통해 북한의 국가 프로젝트를 추적하고(짓다), 4장은 환경정책 사례를 통해 북한의 정책 결정 메커니즘을 읽는다(정하다). 5장에서는 경계의 이념성과 그 너머를 살아온 이들의 서사를 통해 이동의 정치성을 보여주고(넘다), 마지막 6장은 교과서 서술과 통일 인식 차이를 중심으로 남북이 서로를 얼마나 멀리 두고 있는지를 짚어낸다(멀어지다).
학제적 통찰과 저자의 시선이 만나는 자리
나아가 이 책은 남북 관계를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나 안보 이슈로 축소하지 않고, 감정과 인식, 역사와 공간, 제도와 언어라는 다층적 지점에서 재해석한다. 각 장이 선택한 여섯 개의 동사는 관계의 동학을 ‘정지된 상태’가 아닌 ‘움직이는 서사’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특히 기존의 남북관계 이론서와 달리 ‘객관’이나 ‘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기 쉬운 정치적 관점을 되묻고, 그 틈새에 존재하는 복잡한 감정과 현실을 포착해낸다. 특히 뉴미디어에 재현된 북한, 통일교육의 언어, 정책결정의 샛길, 그리고 교과서에 투영된 거리감 등은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연구자 개인의 목소리와 분석이 적절히 배합되어, 학술서로서의 신뢰성과 대중서로서의 읽는 재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보기 드문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