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환 시인의 시집 『만 번의 그리움 속 터지는 봄』은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 사회의 풍경을 담아내면서도, 인간 내면의 섬세한 감정을 자연 이미지와 결합해 독특한 시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인의 언어는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고통과 아웃사이더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도 시적 상상력으로 이를 변주하는 특징을 보인다.
시인은 일상의 노동 현장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육체노동의 고통, 경제적 궁핍, 사회적 소외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지만, 이를 단순한 고발이나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시적 이미지로 승화시킨다. 특히 용접 작업에서 나오는 불꽃을 별빛에 비유하거나, 가난을 썩은 동아줄로 표현하는 등 구체적인 생활 경험을 독창적인 비유로 전환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시 전반에 걸쳐 꽃, 나무, 구름, 계절 등 자연 이미지가 풍부하게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를 투영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시적 화자는 봄꽃이 피고 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투영하거나, 장마철 비를 사회적 억압의 상징으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자연 이미지의 활용은 시인의 현실 인식을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으로 만들어준다.
시어 선택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구체성과 감각적 생생함이다. 노동 현장의 소재들을 시적 언어로 끌어들여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하는가 하면, 때로는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자유로운 행갈이와 입체적인 비유는 시인의 내면 리듬을 잘 반영하며,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일부 작품에서는 비유가 과도하거나 반복적인 소재 사용으로 단조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시 전반에 흐르는 화자의 목소리는 투쟁적이면서도 회한에 찬 성격을 띤다. 사회적 약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조리에 저항하는 동시에, 개인적 상처와 고립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세대 간의 단절을 다룬 부분에서는 애틋함과 분노가 공존하는 복잡한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시집 『만 번의 그리움 속 터지는 봄』은 노동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기존의 노동시와는 차별화된 지점을 보인다. 육체노동의 현실을 직시하되 이를 예술적 형상화로 승화시키는 방식은 시인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 소외감과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현대인의 보편적 고민을 포착해 내고 있다.
특히 시인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시적 상상력을 잃지 않는 시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구체적인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이미지와 정직한 감정 표현이 강점이며, 이는 시인만의 독특한 시적 서정을 구축하고 있다. 첫 시집인데도 예술적 완성도가 높으며,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인의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향후 더 다양한 소재와 다듬어진 기교로 발전해 갈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