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질병을 관리할 때, 의사는 누구였는가”
5000년 인류사 속 의사라는 직업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의사는 언제부터 지금처럼 ‘국가적 존재’가 되었을까? 『역사 속의 의사들: 국가의 질병 관리와 의료인』은 고대 이집트와 로마, 근현대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질병이 공동체와 국가의 문제가 되는 순간, 의료인은 단순한 개인 치료자를 넘어 국가 권력과 맞닿은 존재로 기능하게 된다. 의술과 주술이 뒤섞였던 고대에서부터 국가 의료체계의 일원이 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은 어떻게 국가 질병 관리 시스템 속으로 흡수되었고 또 때로는 배제되어 왔는지, 이 책은 방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그 과정을 섬세하게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단순한 직업사를 넘어서, ‘국가의 질병 관리’라는 시선에서 의사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의사는 국가 정책의 최전선으로 동원되었고, 의료인은 때로는 국가 권력과 결탁하거나, 때로는 권력에 의해 이용되는 존재로 작동했다. 조선시대 왕실의 궁중 의관부터 식민지 조선의 의생, 정부파견의사로서 외교 현장에 투입된 20세기 한국 의사들까지, 의료인이 ‘국가적 존재’로 자리매김해 가는 과정을 이 책은 면밀히 추적한다. 각국의 방역과 검역 정책, 의학교육과 의사 자격 제도, 그리고 의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쟁을 통해, 저자들은 의료인과 국가, 질병과 사회가 맺는 복잡한 관계망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역사 속의 의사들』은 오늘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선호와 직업적 위상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국가가 질병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이 어떤 방식으로 동원되고 역할을 부여받아 왔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의사가 단순히 개인을 치료하는 존재에 그치지 않고, 국가 권력과 질병 관리 체계 속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책은, 의료와 사회, 역사와 국가라는 복합적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더없이 중요한 성찰을 제공할 것이다. 오늘날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 역사적 답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