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된다!”
반도체 판을 뒤엎은 게임 체인저 하이닉스의 강한 힘!
★★★ 33년 만의 D램 시장 1위
★★★ 2024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 ‘신뢰’가 이룬 협업의 기적
이 책은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본격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 약 10년간의 실제 사례를 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하이닉스 리더십 팀 Top Team의 구성원으로 몸담았던 진적 임원들이 직접 그 과정을 정리하고 해석한 기록이다. 과거 하이닉스는 삼성이라는 일등 기업에 비해 경쟁력 전반에서 현저히 뒤처지는, 허약한 이등 기업에 불과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만큼 열세에 있었던 하이닉스가 오늘날 놀라운 시장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필진은 그 해답을 ‘신뢰 게임’이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신뢰 게임은 인간 사이의 신뢰, 협력, 상호성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에서 고안된 개념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참여자들이 서로의 믿음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때,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원리가 하이닉스의 기업 경영에 적용되면서,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성공 요인은 협업과 혁신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활성화된다. 하이닉스가 경쟁사보다 ‘신뢰 게임’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협업과 혁신의 역량에서도 앞서 나가며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이닉스의 신뢰 게임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기업문화, 전략, 인사ㆍ조직 등 다양한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사례들은 일반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하이닉스만의 독창적인 노력과 실행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업문화 차원의 신뢰 게임
SK의 하이닉스 인수 이후 통합 과정에서 SK가 보여준 몇 가지 독특한 사례들은 대주주에 대한 하이닉스의 신뢰로 이어졌고, 이는 하이닉스 신뢰 게임의 출발점이 되었다.
아울러 SKMS로 대표되는 ‘사람 신뢰 기반’의 SK 기업문화는 기존 하이닉스의 ‘치열함’ 중심 문화와 융합되어 하이닉스의 신뢰 문화로 진화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신뢰 문화의 상징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스피크업’이다. 스피크업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하이닉스 특유의 문화로 신뢰 없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문화다. 이러한 스피크업 문화를 더욱 활성화시킨 원온원(일대일 소통)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전사적으로 정착된 거의 유일한 사례로 하이닉스의 상하 간 신뢰와 소통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또한 하이닉스의 독특한 학습 문화는 ‘SK하이닉스 유니버시티’와 ‘CREATE’, ‘하이닉스-스탠퍼드 인사이트 프로그램’ 등 고위 임원을 위한 통찰력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뚜렷이 드러난다. 이처럼 자발적 학습 열기와 살아 있는 하이닉스의 학습 문화는 신뢰하는 문화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며, 하이닉스 신뢰 게임의 핵심적인 인풋 요소로 작용했다.
전략 차원의 신뢰 게임
하이닉스의 조직 간 신뢰를 한층 더 강화시킨 전략이 바로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다. 반도체 기술 개발은 보통 ‘연구소 → 개발 → 제조’의 순서로 진행되며, 각 단계의 협업이 기술 완성도와 성공의 핵심이다. 하이닉스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이러한 단계별 협업 구조에 변화를 주었다. 기술 개발 단계에 있는 조직이 후속 단계인 제조 조직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전진’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시프트 레프트’라 부른다. ‘좌측으로 전진시킨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이 전략은, 각 조직이 타 조직의 목표를 선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기술 완성도를 더 빠르게 높이려는 시도였다. 이 전략을 통해 하이닉스는 기술 개발 조직 간 신뢰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오랜 기간 하이닉스의 고질적 문제였던 ‘수율 N 커브’도 해소할 수 있었다.
시프트 레프트 전략은 조직 간 신뢰를 강화했을 뿐 아니라, 임원 간 조직 이동에도 반영되어 전략 실행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제조 중심에서 기술 중심 회사로의 전략 전환은 하이닉스에 그야말로 ‘딥체인지’였다. 하이닉스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던 제조 기업의 성격을 벗어나, 기술 혁신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했다. 이를 위해 혁신과 학습을 기업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고, 수평적 자율 문화, 우수 엔지니어 육성, 협업, 스피크업 문화, 실패를 통한 학습, DT(디지털 전환) 혁신 등을 추진해 나갔다.
이러한 변화는 하이닉스의 기존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진정한 의미의 ‘딥체인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이처럼 어려운 조직 변화를 신뢰 게임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내며, 다른 기업들이 겪는 난제를 실질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인사ㆍ조직 차원의 신뢰 게임
하이닉스 신뢰 게임의 중심축은 ‘Top Team’이라 불리는 리더십 팀이었다. CEO를 중심으로 부문장과 일부 본부장으로 구성된 이 Top Team은 강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 전체에 신뢰 문화를 전파했고, 하이닉스 고유의 협업 문화가 정착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Top Team 간의 높은 신뢰는 기술 CEO의 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기 쉬운 기업 경영 환경에서 하이닉스는 신뢰 게임을 통해 기술 중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했고, 이는 기술 CEO의 장기 재임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하이닉스 리더십의 상징은 ‘겸손한 리더십’이다. CEO를 비롯한 많은 임원이 보여준 겸손 리더십은 하향식 리더십이 주류인 국내 기업문화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으로, 신뢰 문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와 더불어 하이닉스는 각 부문장에게 HR 권한을 과감히 위임함으로써 조직별로 스스로 인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HR 탈중앙화는 각 조직의 리더가 스스로 인재 육성과 동기 부여에 책임을 지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조직 단위의 신뢰와 자율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HR의 주체가 더 이상 인사 부서가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의 주체인 현업 리더라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하이닉스 신뢰 게임의 또 하나의 진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편, 규율과 통제가 중시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신상필벌’ 원칙에 대해서도 하이닉스는 일정한 거리 두기를 선택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과감한 시도가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는 신념 아래, 하이닉스는 지나치게 강한 규율보다는 혁신과 협업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접근은 신뢰 문화가 유지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고, 실제로 하이닉스는 신상필벌 대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조직 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