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입문자를 위한 친절한 가이드
누구에게나 인생의 방향을 흔드는 순간이 온다. 저자 역시 부정맥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들은 날, 당혹감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담당 의사는 ‘절대 금주’라는 처방을 내렸지만 그는 금주 처방 대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커피를 줄이는 타협에서 시작해 차 문화로, 채식으로, 그리고 명상으로 이어지는 삶의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이다. 저자는 명상이 좋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늘 ‘언젠가’의 리스트에만 넣어두고 있었다. 그러던 반나절 리트릿에서 처음 명상을 체험했고 새벽마다 호흡에 집중하며 쌓아간 명상 루틴은 그의 일상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꾸었다.
‘명상’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의 선입견은 내려놓아도 좋다. 이 책은 고리타분한 명상 이론서와는 거리가 멀다. 생활 속 실천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관한 친절한고도 생생한 기록이다. 저자는 직접 부딪히고 쌓아가며 체험한 결과들을 설득력 있게, 매력적인 문장으로 들려준다. 거창한 철학 없이 ‘그냥 숨 쉬기’부터 집중하면 되는 일이라니, 읽는 이들은 ‘나도 한번?’ 하며 마음이 동할 것이다.
명상, 채식, 미니멀리즘이 연결된 라이프스타일
이 책은 명상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채식, 미니멀리즘, 정제된 소비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저자는 차를 통해 느림을 배웠고, 그 느림은 ‘덜어내는 삶’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채식의 시작, 물건을 비우는 행위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가볍게 만들었다. 이렇게 이어진 삶의 변화는 명상이 이끄는 내면의 변화가 외면으로 확장된 결과다.
라이프스타일의 전환은 곧 관계의 전환, 감정의 정리, 생각의 속도 조절로 이어진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나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품게 된다. 저자는 그 답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 자신의 스토리를 통해 조용히 증명한다.
아잔 브람 등 세계적 스승의 가르침을 쉬운 언어로
명상이 ‘특별한 사람이 하는 수행’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다. 저자는 명상이라는 행위가 진입장벽이 없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걸 알려준다. 어렵고 철학적인 행위라는 부담을 줄이고, 세계적 명상 스승들의 가르침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낸다. 아잔 브람 스님의 “오렌지 주스 컵” 이야기나 “과거와 미래의 가방” 비유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이다. 초보자의 시선으로, 한 걸음씩 명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기에 독자는 가까운 친구의 추천처럼 이 책을 통해 ‘생활 속 명상의 미덕’을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영상과 책, 앱을 통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주어 명상 초심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머릿속 원숭이들의 실체, 감정 조절과 마음 회복에 대하여
저자는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감정들-화, 짜증, 불안, 후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감정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증폭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두 번째 화살’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첫 번째 화살은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두 번째 화살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쏘는 고통이라는 통찰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하게 다가온다. 첫 번째 화살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성급하게 두 번째 화살을 자신을 향해 쏘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명상이라는 것. 명상을 통해 저자는 소용돌이 치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 감정을 잠시 들여다보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다. 분노로 회의실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일, 잠 못 잔 날 실수한 일들-이 모든 에피소드가 독자에게 ‘나도 그래’라는 공감을 자아낸다. 내 머릿속에서 날뛰는 원숭이들과 일일이 싸우고 대응하는 대신 그 원숭이들과 잘지내는 것. 내 감정을 느긋하게 잘 다루는 길로 나를 안내하는 명상은 성찰의 거울이자 나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호신술임을, 이 책은 과장 없이 조용한 어조로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