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계가 주목한 조은비 작가의 첫 장편 동화!
“엄마는 왜 나한테만 그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 줄 때 왜 우리는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서운한 게 많아지고, 짜증이 늘고, 이토록 미울까? 엄마와 딸 사이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이 햇빛》 속 혜준과 엄마, 엄마와 할머니 역시 그렇다.
혜준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엄마의 부탁으로 할머니 집에 가게 된다. 부탁이라면 거절해 볼 법도 한데, 혜준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 부탁을 거절해도 엄마가 여전히 자기를 사랑할지, 혜준은 종종 불안하다. 한편 엄마는 큰이모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가 죽는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며 걱정이 많다. 혜준이 보기에 할머니는 그냥 하는 소리 같다. 그게 그렇게 걱정이라면 내가 나서서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혜준은 할머니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하는데…… “할머니, 그래서 죽고 싶은 거야?”
이처럼 엄마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할머니는 딸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혜준은 엄마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했던 말들은 꼬이고 꼬여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여느 가족들이 그러하듯,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꼭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만 같다. 엄마와 싸워 본 딸이라면, 부모님 때문에 한 번쯤 서운해 본 어린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왜 엄마는, 왜 할머니는, 왜 우리만 다른 가족들과 다를까? 그 고민에 넌지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내가 도와줘도 돼?”
작은 텃밭에 심은 우리들 마음
할머니 집은 볕뉘 아파트 101동 805호,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다. 같은 동 803호에는 혜준과 동갑인 친구 은채가 산다. 어렸을 때는 함께 어울려 놀기도 했는데, 혜준이 몇 번 피한 후로는 아예 인사도 안 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혜준이 비를 맞고 집에 못 들어가고 있던 어느 날부터 은채는 “내가 싫은 건 아니지?” 하며 혜준의 곁을 맴돈다.
《우리 사이 햇빛》은 주변 모두에게 영향을 받는 어린이의 감정을 세심하고 다정하게 다룬다. 다른 친구들의 할머니처럼 ‘우리 강아지’, ‘우리 손녀’ 하는 법이 없는 할머니와 언니인 혜나 걱정, 할머니 걱정만 하는 엄마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혜준은 뜻밖의 인물에게 위로를 받는다. 바로 어색하게 피해 다녔던 은채다. 은채는 “여기 밭에 가 볼래?”, “내가 싫어져도 말해.”와 같은 당황스러운 말들로 혜준에게 다가온다. 그런 은채와 함께 밭에 가고, 밭에서 난 깻잎으로 만든 페스토를 선물 받으며 혜준은 어느새 “내가 도와줘도 돼?”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친구가 된다. 어린이의 우정은 밭에 씨앗을 심는 것처럼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같다가도 돌아보면 자라 있는 작물처럼 훌쩍 커져 있다. 혜준이가 꿈에 그리던 방학을 할머니와 보내게 되고, 어색하기 그지없던 은채가 편해질 줄 몰랐듯이, 《우리 사이 햇빛》은 언제 어떻게 자랄지 모르는 씨앗 같은 마음들을 생생하게 비춘다. 작가는 작물과 사람이 자라는 싱그럽고 푸르른 모습을 세심하게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푸르름을 말하는 작가, 조은비 작가의 첫 장편 동화
“할머니가 밉다고 쓰고 싶었는데, 점점 안 미워졌어요.”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은비 작가는 첫 동화집 《사랑은 초록》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작가’라는 호평을 받아 왔다. 특히 이번 작품 《우리 사이 햇빛》은 조은비 작가의 첫 장편 동화로, 어린이의 심리 변화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도심 속 자연 공간에서 푸르르게 풀어낸다. 작품은 작은 텃밭, 씨앗을 소재로 삼아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성장하는 어린이와 자기만의 공간을 가꾸는 노인의 성실함을 조화롭고 푸르르게 엮는다.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는 “공연한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고 ‘나’와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미더운 동화다.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기르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이 동화를 권한다.”라고 전하며 작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조은비 작가는 《우리 사이 햇빛》을 통해 할머니로서만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와 다채로운 고민을 하는 혜준이, 엄마 앞에선 여전히 아이인 엄마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담아냈다. 조은비 작가가 말하는 미움과 사랑,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