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고양이.”
많은 이들이 SNS에서 농담처럼 던지는 외침이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에서 느껴지는 건 부러움이 아니다. 작가는 ‘왜 나만 없지?’라는 질문 뒤에는 설명하기 힘든 소외감, 묘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외침은 어떤 결핍을 드러내는 작은 신호, 따듯한 연결을 원하는 손짓일지도 모른다고 공감한다.
누군가는 사랑받고, 위로받고, 안정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정작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한발 물러서서 바라만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만 없어 고양이》는 바로 그런 마음에 다가가는 책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결핍의 감정, 다정한 말조차 부담이 되고 위로조차 버거웠던 날들, 무심한 듯 곁에 있어 주던 고양이 한 마리가 유일한 위로였던 시기를 작가는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기록했다.
이 책은 어떤 식의 위로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묻고 설명하는 대신, 함께 머물러 있어 준다.
고양이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곁이 되어주고, 선 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전한다. 그 침묵의 존재감 속에, 오히려 더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해 오던 작가 아세움(박교은)은 그림으로도 다 담아내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을 이번엔 ‘글’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꺼내 놓는다.
그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투사하고 조용히 비추는 존재로서, 감정의 거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속에 무수한 감정의 결들이 교차하는 심리적 풍경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는 고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불완전한 현대인의 감정 구조와 내면의 균열을 시각적으로 반영한다.” _(《ART EFFECT》 2025년 8월호 작가 인터뷰)
이 책은 그런 그림 뒤에 숨어 있던 작가의 마음이 한 장 한 장 조금씩 열리듯 펼쳐진다. 그 진심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도 조용해서 오히려 더 오래 머문다.
아세움 작가는 사막의 고요함 속에 놓인 선인장, 아무도 없는 풍경 속을 걷는 고양이, 화분 하나에도 감정을 담아낸다.
그는 초현실적 풍경 속 고양이와 상징성을 내포한 몽환적인 오브제를 통해 인간 존재와 치유, 결핍과 해방, 인간관계의 거리감에 관한 깊은 탐색을 이어오며, 그것을 감각적인 색채로 풀어내 미술계로부터 주목받았다.
《나만 없어 고양이》는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의 구석’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말한다.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요즘처럼 감정 하나 꺼내기도 버거운 시대에 이 책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정을 허락한다.
어쩌면 이 책은 관계에 지친 사람들, 조용히 스스로를 껴안고 싶은 사람, 말 많은 위로보다 묵묵한 공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왠지 요즘 혼자인 것만 같은 이들에게 ‘괜찮다’는 말 대신 ‘나도 그랬다’는 고백으로 다가온다. 감정을 다그치지 않으며, 비어 있는 마음의 자리에 고양이처럼 말없이 곁에 앉아준다. 마음속 가장자리 어딘가를 조용히 쓰다듬는다.
이 책이 말하는 ‘고양이식 위로’는 우리가 잃어버린 ‘관계의 온도’를 다시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