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유하고
현실을 움직이는 실천의 인문학을 묻는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시선, 다른 삶의 지점들을 가로지르며 ‘전환’이라는 동시대적 감각을 다층적으로 엮어냈다. 진정한 전환은 방향을 고민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이 호를 관통하고 있다.
아크 10호 『전환』의 첫 글은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장은수가 상지인문학아카데미의 운영자이자 아크의 발행인인 허동윤을 인터뷰한 「인문학 생태계 정착을 위한 인문 플랫폼 아크」다.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계기로 ‘강의에서 출판으로’, ‘지역에서 플랫폼으로’ 전환해 온 지난 10년의 여정을 되짚으며, 아크가 건축과 인문, 도시와 공동체를 매개로 지속 가능한 인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방향성을 공유한다.
또한, 이번 통권 10호를 기념해 마련된 특집에는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의 글 「전환, Beyond Dream」, 그리고 USC의 나지메딘 메시카티 교수와 USC에서 인지과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도경의 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넘어서: 함포 외교에서 엔지니어링 외교로」가 함께 실렸다. 희망, 기술, 외교 등 서로 다른 영역을 교차하는 두 편의 글은 ‘전환’이라는 화두가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세계 질서까지 깊숙이 관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호는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회적 위기와 문화적 갈림길, 언어 감각의 변화, 그리고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내밀한 질문들까지 포괄하며,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변화의 결들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김종기는 「욕망이 진실을 대체하는 시대,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트럼프 등장 이후 진실의 해체와 감정 정치의 부상을 진단하며, 변화의 시대에 예술이 감당해야 할 윤리와 감각을 짚는다. 같은 맥락에서 천정환의 「반년, 12월 3일부터 6월 3일까지」는 비상계엄과 대선을 지나며 어두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정치사의 지형을 날카롭게 기록한다.
미술과 번역을 매개로 사유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이성철의 「인상파와 그림의 전환」은 근대 회화의 전환점이 된 인상주의를 통해 감각의 변화 양상을 조망하며, 심상교의 「전환의 미학: 감성과 언어의 경우」는 조선 후기 예술을 중심으로 감성과 언어가 새롭게 조직되는 순간을 탐색한다. 류영진의 「일본 지성사의 엔진, 번역이라는 전환의 기술」은 메이지 유신에서 오늘날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일본 번역사가 어떻게 지적 실천의 축으로 작동해왔는지를 분석하며, 지금 우리가 쓰는 말과 생각이 누구의 언어인지를 되묻는다.
한편 사회적 구조와 도시, 생태를 둘러싼 글들은 전환의 조건을 구체적 현실과 연결시킨다. 전성현은 「‘전환’과 해방 80년」에서 미완의 해방이라는 문제의식을 되짚으며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 지속성을 비판하고, 차윤석은 「전환의 대가」에서 우리 근대건축이 외부 충격과 양식 혼란 속에서 형성된 과정을 추적하며 그 후과를 묻는다. 강동진은 「부산,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지금」을 통해 도시 부산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로운 도시 감각을 제안하며, 고봉준은 「한국문학의 생태적 전환을 위하여」에서 인간의 시간과 지질학적 시간이 교차하는 생태적 전환의 언어를 문학에서 찾는다.
기술과 감정, 일상과 철학이 교차하는 전환의 국면을 짚은 글들도 있다. 한지윤은 「말이 통하는 도구들의 시대」에서 전산언어학과 AI 개발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 기술, 인간 이해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며, 조재휘는 「전환의 시대에 그림자를 돌아보며」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을 낭만주의적 시각으로 진단한다. 장현정은 「일생에 단 한 번쯤 사랑하세요. 뜨겁게, 애틋하게」를 통해 삶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 관념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임을 제시하며, 유인권은 「레볼루션 - 대전환의 시대」에서 음모론과 반지성주의 시대에 과학의 언어로 응답한다. 조봉권은 「『대등의 길』을 다시 꺼내 읽으며 전환을 궁리했다」에서 조동일의 대등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 인식을 모색하며, 정훈은 「쓰기, 새로운 국면의 자기 정립을 위한 날숨을 위하여」에서 비평의 방향 전환이 곧 자아 재구성의 사적 여정임을 사려 깊게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