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넘버(Soul Number)’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돕는 길을 묻다
『나의 소울넘버』는 삶에서의 역할과 타인과의 관계를 소울넘버라는 도구로 탐색하는 안내서다. 이 책은 수많은 성격 유형 진단 도구들(혈액형, 별자리, MBTI, 사주팔자)과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그 차이는 ‘고정된 나’를 말하지 않고, ‘상황 속에서 관계 맺는 나’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 관점이 30년 가까이 타로로 수많은 삶의 문제에 귀기울여온 저자 한민경의 철학이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타로카드에 매혹되어 공부를 시작했고, 오랫동안 상담 현장에서 타로와 수비학(numerology)을 실전 도구로 사용해왔다. 그녀의 상담 영역은 심리, 진로, 연애, 부부관계, 가족관계부터 인생 방향에 대한 코칭에 이르기까지 삶의 거의 모든 국면에 걸쳐 있다. 단순한 ‘점술’의 차원을 넘어 내담자들이 ‘진짜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는 내비게이터로서 상담에 임해 왔다.
하지만 저자가 단순히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리더(reader)’에 머물렀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과 수비학을 결합함으로써 타로의 수비학적 구조를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적 맥락에 맞춰 체계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소울넘버’라는 도구를 개발하여 내담자가 자신이 던진 질문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녀는 말한다. “내담자의 고민 대부분은 사실 ‘질문 자체가 흔들릴 때’ 발생합니다. 질문이 명확하면 삶은 조금 더 쉬워지죠. 그래서 저는 질문 이전의 질문을 찾는 도구로 소울넘버를 씁니다.”
1부터 9까지의 소울넘버는 타로 메이저카드 1번 ‘마술사’부터 9번 ‘은둔자’까지 각각 연결되고, 각자의 생년월일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들은 소울넘버를 성격 유형처럼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저자는 일관되게 말한다. “소울넘버는 정해진 답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하는 역동적인 언어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에서 소울넘버 각각에 고정된 성격적 정의나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소울넘버를 통해 각자가 삶에서 어떤 ‘역할’로 발현될 수 있는지, 각 소울넘버가 어떻게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힘과 용기와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소울넘버는 성격이 아니라 역할이며, ‘어떤 기질을 타고났는가’가 아니라 ‘그 기질로 어떤 타인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물을 수 있는 도구다.
2019년 초판 출간 당시, 『나의 소울넘버』는 “레벨 1의 공짜 무기”라는 표현으로 독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이는 초보 게이머에게 쥐여주는 작은 검처럼, 막막한 삶의 전장에 나서기 직전에 소울넘버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작은 용기와 명확성을 상징한 말이다. 소울넘버라는 무기는 크고 강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나서게 만드는 실행력을 제공한다.
이제 『나의 소울넘버』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팬데믹이라는 멈춤의 시간, 기존 출판사의 폐업, 그리고 저자와 배우자가 함께 만든 출판사 ‘경다방’의 창립에 이르기까지 『나의 소울넘버』는 저자의 삶과 함께 진화한 책이다. 마감이 없는 자유 속에서 탈고가 지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내가 이 책을 왜 다시 쓰려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책방지기이자 가수인 요조의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초판을 읽은 요조는 “소울넘버는 사주나 별자리처럼 ‘나’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타인과 나’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고 평했다. 이 말에 저자는 자신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나의 이해’를 넘어서 ‘타인을 위한 나의 자리’를 찾는 여정이었음을 확신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에서 저자는 초판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꾀했다. “지피지기면 무전무쟁(知彼知己, 無戰無爭)”에서 “지피지기면 이타자이(知彼知己, 利他自利)”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했다. 이제 소울넘버는 ‘나를 규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넘어 타인을 도울 방향을 제시하는 지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개정판은 전체 구성과 표현을 정제하면서도 초판보다 실천적이고 확장된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소울넘버는 성격에 관한 설명이 아니라, 각자가 발휘할 수 있거나 발휘해야 하는 역할, 기여, 책임의 프레임으로 다시 읽힌다. 소울넘버는 고정된 운명론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에 따라 진화하는 관계의 언어로 제안된다.
『나의 소울넘버』는 단순한 타로수비학 입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소울넘버를 통해 자기 삶을 해석하고, 나와 타인의 연결을 인식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려는 이들을 위한 내면의 탐색 도구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각자 따로 떨어져 빛나는 별들처럼 혼자이지만, 우리들 사이에 작용하는 신비로운 질서와 힘이 없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밤하늘은 없을 것이다.”
『나의 소울넘버』는 삶을 여행하다 길을 잃은 모든 히치하이커들에게 가야할 방향을 조용히 제안하는 나침반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