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정교한 서사
K-히어로물의 새로운 판도!
‘장르의 특징을 정석대로 진행하면서도 다른 요소 또한 붙잡으려 한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문단의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은 오조 작가의《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가 팩토리나인에서 출간되었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로맨스 도파민’에서 〈행운을 빌어 줘〉로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조가 첫 장편 데뷔작으로 내세운 작품은 바로 《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이다. 이 작품은 이능력이 당연한 세상에서 무능력자로 살아가는 조영과 이능력은 있지만 어리숙한 신인 히어로 써리원의 좌충우돌 히어로 액션 활극으로, 현실에 뿌리내린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무한히 확장해나간 색다른 히어로 소설이다. ‘익숙함에 낯선 질감을 더해 입체적인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내는’ 오조는 이번 작품에서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두 사람의 서툰 성장을 절제된 시선으로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별함보다 진정성으로, 비범함보다 일상성으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익숙한 듯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청춘의 불안과 가능성을 히어로 뒤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를 통해 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읽는 이에게 묵직한 위로와 덤덤한 응원을 동시에 전해준다.
화려한 특수 효과로 꾸며진 히어로의 탄생!
빛나는 히어로를 만들어내는 무대 밖 영웅의 이야기
모두가 이능력을 타고나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혼자만 무능력자로 살아가는 주인공 조영은 이능력을 가진 이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내색 없이 해내며 ‘괜찮은 척’을 하며 살고 있다. 스타 히어로를 만들어내는 매니지먼트에서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무능력자이지만 좋은 학벌, 훌륭한 능력으로 누구보다 유능한 히어로 프로듀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입사 초기에 사고를 거하게 친 이후, 10년째 샤이닝컴퍼니의 지하 사무실에서 회사의 시답잖은 일들만 도맡아 하다가 마침내 퇴사를 결심한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사직서를 내려던 그 순간, 마지막으로 신인 히어로 써리원의 데뷔 프로젝트까지만 맡아달라는 부탁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데……. 어리숙했던 써리원의 모습을 갈고닦아 드디어 그의 데뷔 일이 정해지고, 이를 위해 떠난 인공섬 ‘세령도’에서 조영은 예상치 못하게 빌런들의 흔적을 발견한다. 오로지 조영만 발견한 사건의 단서 속에서, 조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녀는 순조롭고 무탈하게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것인가.
장르의 경계에서 춤추는 대담한 신예의 첫 등장
“새로운 영웅의 시대가 돌아왔다!”
《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는 장르소설과 현실 사이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오조 작가의 재기발랄한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첫 장편 데뷔작이다.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화려한 영웅 서사가 아닌 언제나 무대 뒤편에 있는 존재에 주목한다. 주인공 조영은 빛나는 무대 뒤에서 수많은 영웅을 만들어냈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인물이다. 퇴사 전 마지막으로 신인 히어로를 데뷔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을 목도하게 된다. 조영은 위기의 순간에 별다른 능력도, 패기도 없음에도 어떻게든 상황을 똑바로 직시하며 해결해나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는 때로는 ‘능력’이 아니라 ‘마음’이 세상을 움직이기도 하고, 가장 보편적인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조영의 모습을 통해 화려하진 않아도 분명히 전해지는 진심 어린 마음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오조 작가는 서툰 위로와 어설픈 실패, 그리고 미숙했던 시절의 상처를 껴안고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어른이 되려는 사람들, 한때의 열정을 잃어버리고 어딘가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히어로 판타지라는 유쾌 발랄한 틀 아래에서 아무렇지 않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히어로물의 장르에만 머물지 않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끌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오래된 문명을 쓸어간 해일은 파괴적이지만 때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조영의 말은 무언가를 그만둘 용기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응원이 되어 우리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평생 히어로라 불리지 못해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고의 자부심을 가진 히어로 프로듀서들에게, 이 소설에서만큼은 핑크색 캡 모자와 빨간 스팽글이 달린 점퍼를 입혀주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과 꿈과 동경을 만드는 모든 분들, 무엇이든 용감하게 그만두고 정진하며 시작하시기를. 여러분의 별이 언제나 가슴속을 따끔하게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_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