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사는 삶도, 나로 사는 삶도 모두 소중하다.”
엄마라는 이름 안에서
더 넓어진 한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나에게 부족하다고 말한다. 엄마들에게 분발하라고 다그친다. ‘경제의 논리’로 우리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자아실현’에 성공한 여성이 되고 싶지 않냐며 나의 선택을 의심한다. (…)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았던 존재가 내 뱃속에 생기고 머리와 팔다리가 자라 사람으로 나온 경험. 그리하여 내가 읽는 책을 읽고 내가 한 요리를 먹으며 나에게서 말을 배우고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걸 지켜보는 경험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하루에 잠도 몇 시간 못 자고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는데도, 하루 종일 ‘개처럼’ 일하고도 정승처럼 쓸 돈 한 푼 못 버는데도 ‘나’인 채로 괜찮은 것이다. 파워풀한 것이다. 바다가 되는 것이다. _ 〈엄마가 되는 것, 바다가 되는 것〉에서
이 책에는 ‘엄마’로서의 김민지가 깊이 등장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매일의 시간 속에서 그는 수없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마주했다. 모성이라는 이름에 깃든 기쁨과 혼란, 죄책감과 위로까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느꼈다. 저자는 때로 지쳐 쓰러질 듯한 순간에도 아이들과의 눈 맞춤 속에서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시간을 통해 더욱 깊이 성찰하게 된 나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안에는 엄마로 살아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결심, 그리고 새롭게 마주한 ‘자부심’ 같은 순도 높은 감정들이 녹아 있다. 아이들과의 작고 따뜻한 에피소드들 또한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그래서 육아 에세이이자, 여성의 자기 회복기이자, 한 사람의 성장기로서 폭넓은 공감을 이끈다. “엄마로 사는 삶도, 나로 사는 삶도 모두 소중하다”라는 저자의 고백은 버거운 하루를 견디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자신을 다정히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건넬 것이다.
“반짝이지 않아도, 나라는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따스한 마음의 조각들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저자의 삶 속 장면들을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담았다. 1장 ‘작은 시작들을 바라보며’에서는 학창 시절부터 아나운서가 된 후까지, 저자가 내면을 돌아보며 성장해 온 시간을 담았다. 2장 ‘서툰 사랑이 모여 가족이 된다’에서는 가장 깊은 마음을 나누는 존재인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진심 어린 사랑의 마음에 대해 전한다. 3장 ‘그럼에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는 저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담겼다. 4장 ‘익숙하고 낯선 런던에서’에서는 타지에서 새롭게 마주한 일상과 그 안에서 잃지 않으려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더러 세상이 치사하고 더럽고, 가혹하고 참혹할 때가 있다. 이런 게 세상이라면 쫄딱 다 망해버려야 하지 않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고 거두고 도와주고 하는 일들을 보면, 별수 없이 세상이 너무 좋아진다. 사람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없다. 이 좋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이 마음이 여기서 그치거나 멈추지 않도록,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로 건네주는 것이다.” _ 〈그 마음은 내 것이 아니었다〉에서
김민지는 세상과 사람이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이다.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그런 마음에서 출발한 책이다. 받은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써 내려간 조용한 고백. 그래서 그의 글에는 겉치레 없는 문장 너머로 묻어나는 진심과 따뜻함이 있다. 그 따스한 문장이, 오늘 당신의 마음에도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