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큰 축제
세계문화유산 우리 풍어제 이야기
바다는 잠잠했다가도 거친 파도를 일으킵니다. 험한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 일은 늘 위험합니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많은 고기를 안전하게 잡게 해 달라고 풍어제를 지냈습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벽을 허물고 마을의 안녕을 빌었지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우리나라의 중요한 전통문화로 보전되고 있는 풍어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축제, 인류 문화의 정신적 원형을 담다
네덜란드의 문화역사가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인간의 본질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를 즐기는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문화는 놀이에서 비롯된 것이며, 놀이는 인간의 근원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개인의 놀이를 넘어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놀이가 바로 축제이며, 제천(祭天)행사는 다양한 놀이가 펼쳐진 대표적인 축제였습니다.
고된 노동이나 전쟁은 사람들의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축제를 즐기며 사람들은 자유로운 해방감을 맛보고, 새로운 힘을 충전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바탕 어울리며 현실을 잠시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 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마련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축제의 원형이 전해져 브라질 삼바 축제, 스페인 투우 축제 등 지방 문화 축제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풍어제도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천행사이자 한바탕 서로 어울리는 흥겨운 마을 축제입니다. 〈세계문화유산 우리 풍어제〉는 인류 문화의 정신적 원형이 담긴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가 보전해야 할 전통문화 축제인 풍어제를 소개합니다.
풍어제, 한바탕 어울리는 흥겨운 마을 축제
풍성할 ‘풍’ 자에 물고기 잡을 ‘어’ 자를 쓰는 풍어제(豊漁祭)는 어민들이 물고기를 많이 잡고, 안전을 기원하는 일종의 제례입니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바닷가 마을이 많습니다. 험한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 일에는 늘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마을을 지켜 주는 서낭신과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님께 마음을 담아 풍어제를 올렸답니다.
풍어제는 한 해가 시작되는 1월과 2월에 열립니다. 주로 나쁜 기운을 떨쳐버리고 복을 기원하는 굿이 중심을 이룹니다. 조상을 위한 조상굿, 용왕을 위한 용왕굿, 눈이 밝아지라고 비는 심청굿 등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둘러서서 구경하며 절을 하기도 합니다. 풍어제가 열리면 바닷가 마을에는 파도 소리, 풍물 소리,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흥겹게 어깨춤을 춥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한바탕 먹고 즐기면서 두텁게 정을 쌓았답니다. 이렇게 한마음이 되어 함께 바다로 나가면 무서울 것이 없겠지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
풍어제는 우리나라 남해, 서해, 동해의 바닷가 마을에서 열리는 전통 축제로 지역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서해안 위도 대리마을에서 열리는 풍어제를 중심으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풍어제를 합치고 각색하여 꾸몄습니다. 대리마을 풍어제는 ‘위도띠뱃놀이’라고도 하는데,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제82-다호)로 지정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위도띠뱃놀이와 함께 서해안 갯마을의 ‘대동굿’, 동해안과 남해안 어촌의 ‘별신굿’ 등도 중요한 우리의 전통문화로 보전되고 있습니다. 강릉의 풍어제인 ‘단오제’와 제주도 해녀들의 풍어제인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요즘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전통 체험 삼아 풍어제를 참관하고, 매년 많은 외국인들도 풍어제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우리 풍어제는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초청받아 공연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우리 풍어제〉를 통해 우리 모두가 문화유산 풍어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