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모두의 희망이어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토대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부분 한때 학교에 다녔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 누군가의 학부모이기도 하다. 입시 경쟁이 극에 달했을 때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가장 선두에서 외친 사람들이 교사였다. 해직이라는 징계를 받고 오랫동안 복직을 하지 못한 채 거리의 교사로 살아야 했던 그들이 있었기에 학교는, 교육은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창립되고 더디지만 함께 공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대학 서열화로 인해 입시를 얼마나 잘 치르게 하느냐, 좋은 대학에 얼마나 많이 보내느냐는 수치로 교육을 평가하게 되었다. 결국 시장의 논리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소비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로 바뀌게 되었고, 교육 당국은 교사를 교육정책을 잘 수행하는 자로만 바라보게 되었다. 이 구조적인 한계 안에서 교사는 가르칠 권리인 교권마저도 보장받지 못한 채 과도한 업무와 악성 민원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제도적 보호도 없이, 함께 손잡아 주는 이 없이 오롯이 혼자서 자신의 무능력이라고 생각하며 고립되었고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단순히 한 사람만의 불행한 일이 아니다. 우리 교육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얼마나 곪아 가고 있는지를 전면에 드러낸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교사는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교사만의 일이 아니다. 교사와 아이, 학부모는 함께 가야 하는 민주적인 관계이다. 모두 안전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협력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돕는 것이 교육이다.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세상에 내 아이만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아이가 속해 있는 사회가 안전해야 내 아이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모두’의 희망이어야 한다.
공교육을 회복하기 위한 기록
광장에서 교사들이 외친 건 ‘공교육 정상화’였다. 아이도 교사도 모두 안전한 교육,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을 외쳤다. 7월 22일 14시 서울 보신각 앞에 자발적으로 모인 5,000여 명의 교사들로 시작된 전국교사집회는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에는 국회 앞에 5만여 명이 모였고, 전국 13개 지역에서 7만여 명이 동시에 참여했다. 주말마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지역 집회나 서울 집회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탄압하겠다고 압박하는 교육부의 방침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교사도 학생도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 이르렀다. 그래서 징계의 위협에도 교사들은 집회를 지켜내기 위해 나섰고 2023년 9월 4일 공교육을 멈춰 세웠다.
이 책은 2023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교사집회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준비하였는지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집회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집회를 무사히 치르는 일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그때의 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한 것이 놀랍다. 전국 곳곳의 교사들이 교사집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목소리, 학부모와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사진과 함께 자료 일지가 그대로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집회를 만든 사람들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의사소통하면서 일을 진행했는지 시작부터 집회 마무리까지 정리했다. 기록의 본보기가 될 만한 자료이고, 교육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록은 2024년에도 이어진다.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맞이해서는 다시 한번 교사집회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교육 현실을 되짚어 보는 자리를 전국교직원노조 기관지인 〈교육희망〉에서 마련했다. 교사집회를 만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집담회를 나누고, 국회의원과 현직 교사의 목소리를 칼럼으로 담고, 교사가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환경을 꼼꼼히 짚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와 전승혁 전교조 부위원장, 박새별 전교조 중등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께한 좌담회에서는 교육 문제를 교사 집단 안에서 또 바깥에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전국교사집회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풀어 가야 할 과제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함께 꿈꾸는 미래, 모두가 안전한 학교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그날들을 떠올린다. 이것은 단순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전교조 교사 14명이 함께 온 힘을 다해 전국교사집회를 기록으로 정리한 까닭은 “공교육 멈춤 그 이후, 학교는 바뀌지 않았고 교사의 죽음은 반복되고 있다. 이제 검은 점들의 투쟁을 되돌아보며 우리 공교육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교사에게는 ‘가르칠 권리’가 있고 학생에게는 ‘잘 배울 권리’가 있는,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우리는 꿈꾼다. 안전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만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고 관계가 꽃핀다. 집회에 참여했던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의 점이었지만 광장에서 서로 연결되어 파도가 되고 물결이 되어 공교육을 멈춰 세우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임을 느끼고 안심했다. 우리가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어떤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교육부와 정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반드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모두 안전해질 수 있다.
역사는 과거를 딛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 책은 지난 시간의 기록이지만 내일을 만드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저자들의 바람처럼 이 책을 빌어 우리 공교육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