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일부 같으면서도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고도로 계산된 배치
한국의 전통사찰은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 일부 같은 건축 특징을 지닌다. 공간 구성 역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데만 그치지 않고, 공간 접근과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수행 장소라는 공간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방문자는 때론 통제하고 때론 공간 전환과 연출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도록 하는 고도로 계산된 배치를 하고 있다.
책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 철학, 지붕을 받치는 공포 속에 부처의 형상을 담은 ‘공조불’, 경사진 지형을 장점으로 활용한 ‘점승법’, 무단한 권력의 횡포를 제어하는 ‘누하진입법’ 등등을 사진과 자료로 실감 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책은 사찰이 단순한 수행 공간을 넘어 철학과 통찰이 구현된 공간이자 종교적 사유를 공간에 녹여낸 특별한 설계였음을 알려준다.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역사와 삶에 밀착한 공간이자 지혜의 보고
전통 사찰은 공간과 건축의 특별함뿐 아니라 불교를 넘어 토속신앙이나 도교적 요소마저 융합된 공간이었음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이러한 사실은 사찰이 타 종교나 외부에 대한 배척보다는 포용과 공존의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신앙과 전통이 공존하는 전통사찰은 경계를 무너뜨린 열린 공간이었다. 특정 종교만의 공간으로 작동하기보다는 모두에게 품을 넓히며 통합과 화합이라는 사회적 역할마저 해온 것이다.
책은 사찰이 종교적 공간이면서도 이를 넘어 사회와 대중과 상호작용하며 형성한 문화와 생활적 측면까지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세월을 넘어 전해진 전통사찰이야말로 우리 역사와 삶에 밀착한 공간이자 지혜의 보고였음을 보여준다.
천년의 문화유산과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지혜와 통찰을 얻길
전통사찰이 전하는 포용과 존중의 메시지는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오늘날 더없이 귀한 통찰을 안겨준다. 천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앞으로 천년이 더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공간 철학과 유연한 사회적 포용력과 거기에 담아낸 지혜는 영원히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통사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종교 유적지 정도로 인식한다. 사찰은 우리 삶에 깊이와 가치를 더해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갈 때 그 속에 담긴 풍성한 이야기와 지혜, 통찰을 안겨준다. 우리의 전통사찰을 보존해야 할 까닭이고 이 책이 나온 이유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전통사찰의 가치와 매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