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라는 정의, 관점, 표현
『독을 삼키고 잘 죽되 오래 사는 기술』에서 다루는 사물, 작품, 기술, 현상, 인식, 행위 등 모두는 ‘문제적’이기 때문에 글감으로 꼽혔다. 일부는 어딘가 잘못된 말썽거리라는 의미에서 문제적이고, 나머지 일부는 지금의 우리에게 까다롭고 어렵지만 필히 상대해야 할 질문을 제기함에 따라 진지한 독해와 논의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에서 문제적이다. 문화/정치는 상호 대립적 원칙들의 존재와 양자를 조화, 화해, 타협하려는 시도들의 공통 형식 그리고 불화한 채 남은 것들을 재현하는 영역이기에 구슬아 연구자는 욕망과 현실, 허구와 실제, 특수와 보편, 내부와 외부,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는 경향과 저항하려는 경향,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 등의 대립 도식과 그것이 내포하는 모순, 불화, 긴장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고 대상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이전에 이를 면밀히 살피는 작업에 집중했다.
저자는 종국에는 일종의 가치 판단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독을 삼키고 잘 죽되 오래 사는 기술』은 저자의 ‘자기 이야기’고 저자가 마뜩잖게 혹은 마땅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모아 놓은 책이다. 만연한 플랫폼 글쓰기와는 다른 글쓰기를 전개해야겠다는 의지가 곧 행위로 이어졌다. 저자는 장르나 형식, 내용의 다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저자의 ‘자기 이야기’가 그저 폐쇄적 자아를 강화하며 “순전히 개인적이라는 점에서 자의성을 벗어날 수 없기에 일회적 대증요법에 그칠 뿐”인 글로 남는 일만은 경계하겠다는 다짐을 실천에 옮긴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에게 다가가 부딪히는 ‘저의’ 자의식이기를, 하나의 말 건넴이기를, 또 실효성이 있는 질문이자 제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