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악삐악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생겼어요!
아이에게 작고 노란 병아리 친구가 생겼어요.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털을 가진 병아리를 보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것처럼 가슴이 뛰어요. 아이는 내 병아리에게 매니큐어도 발라주고 미끄럼틀도 태워 주었어요. 하루 종일 놀고 나면 집에서 깨끗하게 씻겨 주기도 했지요. 그런데 병아리가 이상해요. 물에 쫄딱 젖은 채로 비틀비틀 걷더니 그대로 쓰러져 꿈쩍도 하지 않아요. “으악! 병아리가 죽었어!”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꿈이면 좋겠어요. ‘타닥타닥, 타다다닥.’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놀이터 의자에 앉아 있는데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와요. “삐이익-” 그건 바로 죽은 병아리 귀신이었어요!
아이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병아리와 즐겁고 행복하게 놀았을 뿐인데 병아리가 죽고 말았지요. 병아리가 몸이 약해서 그랬던 걸까요? 병아리는 아이처럼 함께 놀았던 시간이 즐겁지 않았던 걸까요? 《내 병아리》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친구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행복한 마음이 때로는 친구에게 고통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을 통해 친구의 입장에서 나의 행동을 돌아보고,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프지 않게 살살
춥지 않게 호오호오
상실을 통해 배운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
소중한 친구인 병아리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은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작가는 아이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쫓아다니는 ‘죄책감’을 삐죽삐죽한 털과 커다란 소리를 내며 아이를 쫓아다니는 거대한 병아리의 모습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아이는 몸이 건물보다 크고, 울음소리도 예전보다 커진 병아리가 자신을 공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꼭꼭 숨어 있던 아이를 찾아낸 병아리는 “삐악삐악”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합니다. 마치 아이의 행동이 자신을 아프게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병아리에게 아이는 마침내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넵니다.
병아리의 마음을 알게 된 아이는 병아리가 아프지 않게, 놀라지 않고 춥지 않도록 행동하는 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의 따스한 손길이 병아리를 어루만질수록 퀭하니 못생겼던 병아리의 모습도 보송보송 노랗고 귀엽게 조금씩 변해가지요.
《내 병아리》는 어린 시절 키웠던 병아리에게 전하는 장현정 작가의 진심 담긴 이야기입니다. 병아리가 예뻐서 했던 자기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던 작가는, 아이를 공포에 떨게 했던 병아리의 무서운 모습이 아이의 사과를 통해 예전처럼 작고 노란 병아리의 모습으로 회복되는 과정으로 풀어냄으로써, 병아리에게 용서를 구하고 마지막으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선물 같은 기회를 《내 병아리》에서 꿈꾸었습니다.
자유롭고 순수한 그림체, 상징적인 여백으로
생명의 의미를 깊이 새겨온 장현정 작가의 마음을 담다
《내 병아리》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드로잉으로 주인공 아이와 병아리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입체적으로 그린 그림책입니다. 특히 병아리가 죽어가는 모습과 죽은 병아리를 발견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아이의 모습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묘사되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보여주고, 복잡한 아이의 심리 상태는 주변 사물에 투영되어 직관적으로 전달됩니다. 또한 장현정 작가는 먹과 노랑을 주색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배경은 지우고 과감한 여백을 사용해 독자들이 등장인물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관계의 위기가 회복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작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들의 목소리를 그렸던 장현정 작가는, 《내 병아리》를 통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에게 작은 생명체를 향한 세심한 관심과 책임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동시에, 용서를 통한 회복의 기회를 전하지요. 생명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이들의 마음마저 깊이 헤아리고 가슴 뭉클한 위로를 전하는 《내 병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