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꼽 빠지게 재밌는 동시
짧은 시 속에 아이러니하면서도 개구쟁이 화자의 시선이 재미나게 드러난다. 독자와 장난치듯 툭 던지고 탁 받는 다양한 말 속에 깔깔 웃다가도 상황 속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기껏 투명 인간이 되면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 결국 몸에 페인트칠하고 싶다는 재미난 발상은 반항아적 기질이 엿보이는가 하면, 아이다운 엉뚱함, 발상의 재치 있는 전환점으로 큰 웃음을 준다.
투명 인간 되면 뭐 하고 싶어?/ 몸에 페인트칠하고 싶어
-「투명 인간의 소원」전문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 속 관찰이 재미나게 형상화되기도 한다. 소풍 간 날, 김밥을 먹으면서 자신의 그림자에게 말장난을 거는 시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박그림이 보낸 엽서여서 그림이 없고 글자만 있어도 그림엽서라는 재미난 말장난도 있다. 짧은 글 속에 친구 간의 다정하고, 따뜻한 교감이 엿 보이면서도 그림이가 보낸 그림엽서가 눈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우연히 연못에 던진 돌로 물의 파장을 본 시인은 물살이 너무 쪄서 몇 겹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쉽게 보아넘기는 일상의 소소함이 유머로, 살아 있는 시어로 신선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온다. 총 32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평범한 사물과 일상들이 새롭게 보인다.
소풍 가서/ 햇볕 아래에서/ 김밥을 먹었다/ 내 그림자는 나를 따라/ 김밥을 먹지 않는다/ 자기 혼자 살 빼려는가 보다/ 혼자 잘 보이려고 치사해!
-「그림자가 김밥 안 먹는 중」전문
엽서가/ 집 우체통에 꽂혀 있다/ 5학년 때 짝꿍 박그림이 보낸 엽서다/ 그림은 없고 글씨만 삐뚤빼뚤 있지만/ 그림엽서다/ 박그림이 보냈으니 분명하다
-「그림엽서」전문
연못에 돌을 던지니/ 물살이 몇 겹으로/ 내게로 온다/ 물이 살 너무 쪄서/ 몇 겹인가 보다
-「물살쪘어」전문
■ 반전과 재치로 사고력 확장을 돕는 일러스트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 따뜻한 색감으로 시 전체를 끌고가는 심보영 작가의 일러스트가 시적 이미지를 더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만든다. 한 가족의 소개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을 잔뜩 모은다. 각기 다른 시들이지만 그림 속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엄마 아빠의 이야기, 때로는 누나와 동생 이야기로 파고들어 공감과 감정 이입을 더 쉽게 끌어낸다. 이따금 등장하는 칸 만화와 풀 페이지로 꽉 차게 들어간 시원한 이미지로 시의 내용을 더욱 리듬감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