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학자 장홍제, ‘취향의 과학’ 장르를 열다
─ 조금은 위험한 ‘어른의 과학 취향’ 시리즈 첫 번째 책
─ 술을 마시는 순간엔 이야기꾼이 되는 과학자
─ 알코올에 매료된 화학자를 위해 건배!
이 책의 저자 장홍제 교수는 “과학과 실험 속에 낭만이 살아 숨 쉰다”고 믿는 화학자다. 화학의 대중화에 발 벗고 나서며 국내 유일 하드코어 화학 유튜브 채널 〈화학하악〉을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주로 실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교양 화학의 패러다임을 뒤집고, 키득대며 즐길 수 있는 화학의 매력을 엉뚱하고도 재치 있는 접근으로 풀어내는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는 장홍제 교수가 새롭게 시작하는 〈어른의 과학 취향〉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는 ‘으른 취향’을 위한 분자 생활 안내서다. 분자와 감정이 만나는 시간의 드라마 속에서 물질을 해체하고 해석하며 재구성하는 화학자의 안목으로, 어른이 되면 즐길 수 있는 세상 속 짜릿한 지식을 맛보게 해주는 새로운 과학 교양이다.
저자는 “술은 결국 화학이라 말하면서도,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과학자보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며, “이 책은 화학에서 용액(Solution)으로 쓰이는 술의 주성분 에탄올이 인생의 해답(Solution)이 되기까지, 조금은 과학적이고 많이 인간적인 술 이야기를 취한 채 남긴 흔적”이라고 밝혔다. 자, 이제 어떤 물질이든 자비 없이 낱낱이 파헤쳐버릴 것만 같은 화학자가 중독이 아닌 취향으로 이끄는 한 권의 건배사를 들어보자.
“에탄올이 무엇이든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취하려고 술을 마신다. 취한다는 단어가 지나친 음주로 몸을 가누기 힘들고 기억과 시간을 지워가며 다음 날의 피로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음악에 취하고 예술에 취하고 서로에게 취한다는 표현이 있듯 취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매료이기도 하다.” - 〈두 번째 잔: 술은 생명의 물이다〉
“좋아하는 주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많은 경우 고상한 나의 외모에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인지 한 잔의 위스키를 즐기며 책이나 논문을 쓰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나는 매우 송구스럽게도 그 기대를 깨뜨리곤 한다. 내게 단 하나의 선호 주종을 고르라면 단연코 럼이다.” - 〈세 번째 잔: 오감의 예술〉
2. 화학자가 말아주는 지식 칵테일을 음미하다
─ 한 모금의 액체에 담긴 방대한 서사
─ 인류의 역사부터 생리학적 반응까지, 학문을 넘나드는 풍부한 입담
─ 술과 함께 문명을 연 인류를 위해 건배!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는 술의 역사부터 생리적 메커니즘까지, 알코올에 얽힌 다양한 지식을 다루며 한 모금의 액체 속에 담긴 방대한 서사를 음미하게 한다. 그 모든 과정은 물질 사이의 관계와 변화 속에서 이루어져왔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화학은 우리의 취향을 정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언어가 된다.
오래전 인류는 발효된 과일의 달콤한 향에 매료되어 술을 발견했고, 이로부터 높은 열량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등을 제공받으며 생존의 전략으로 삼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1,700년 전 고대 ‘괴베클리 테페’ 신전에서 맥주 양조 과정 중 형성된 옥살산 칼슘이 발견된 것은, 술의 탄생이 농경 문화에 앞선 문명의 초석이었음을 시사한다.
공교롭게도 에탄올은 뇌의 보호 장벽인 ‘혈액-뇌 장벽’을 손쉽게 통과하여 GABA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중뇌변연계경로를 통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함으로써 행복감을 증폭시킨다. 본래 ‘함께 술을 마신다’는 의미를 가진 고대 그리스어에서 시작된 단어 ‘심포지엄’은 오늘날 학술 교류의 현장을 일컫는 말로 쓰이며, 바로 이러한 술자리의 문화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원천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술이라는 화학물질은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취향과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장르와 학문 분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드코어 화학자 장홍제는 화학이 물질을 분석하는 학문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리학적 반응에 대한 탐색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음을 풍부한 입담으로 보여준다.
“확실한 점은 맥주의 탄생이 농경 문화에 앞섰다는 것이다. 신전에서 제사를 위해 만들어지는 신성한 음료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흥미롭지만, 저장된 초과 자원을 활용해 술을 빚은 게 아니라 술을 빚기 위해 농경이 널리 퍼졌다는 해석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 〈첫 잔: 술을 마시는 이유〉
“술은 이미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도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눈앞의 걱정을 덜고, 평소에 어려웠던 행동이나 말을 용기 있게 해내곤 한다. 극복이나 개선이라는 면은 차치하고 본다면 뛰어난 심리 상담사보다 술이 직면한 문제를 (일시적이지만) 더 잘 해결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심리적인 위안이나 사회적 관습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술이 우리의 뇌와 신체에 미치는 화학적・생리학적 효과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 〈네 번째 잔: 용기와 행복의 물약〉
3. 쓸모를 넘어선 화학의 재미를 만끽하다
─ 자연 속 발효부터 오디오로 숙성시킨 위스키까지
─ 상식을 넘어 폭넓고 깊이 있는 통찰로 이끄는 과학 교양서
─ 계속될 우리의 낭만을 위해 건배!
한 잔, 두 잔, 세 잔, …. 저자와 함께 기울인 열 잔의 화학은 안주 페어링부터, 숙취 해소법을 넘어 술과 인류의 미래까지 이어지며 깊어진다. 발효를 위해 산소를 차단시키던 고대 인류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술의 빠른 숙성을 위해 오디오를 쏘아내고 있다. 인공 합성 위스키와 AI를 활용한 술 제조 등 관련된 최신 기술에 대해서도 다루며 ‘기호’ 식품이 펼치는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한다.
쓸모가 아닌 기호에서 시작한 이 책은 단순히 술에 대한 상식을 넘어 폭넓고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수만 년에 걸친 진화와 문명의 흔적, 화학적·생리적 작용과 감정의 교차점,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까지 아우르며 독자를 유쾌하고도 명징한 이해로 이끈다.
장홍제의 〈어른의 과학 취향〉은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를 시작으로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연료부터 점화, 연소를 거쳐 부산물까지 따라가며 물리적·감정적 폭발을 다루는 《답답한 날엔 화학을 터뜨린다》와 ‘복용형 과학책’으로 향정신성 물질을 다루는《예민한 날엔 화학을 삼킨다》가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화학이라는 언어가 어른의 세계에 던지는 세련된 제안과 함께 우리의 취향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
“결과적으로는 30분의 음파 처리가 20년에 달하는 숙성 효과를 감각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음파 처리는 위스키 액체를 진동시켜 오크통 표면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숙성 시간을 크게 단축한다.” - 〈여덟 번째 잔: 술의 화학적 재조합〉
“가끔은 술이 재미있어 마실 수도 있다. 우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첫 잔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내 몸과 정신이 변해가는 과정이나, 다음 날의 예정된 후유증 체감, 그 모든 것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과학까지 사소한 면이 단 하나도 없다. 조금만 찾아본다면 술의 종류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칵테일의 조합이나 술과 잘 어울리는 안주를 조합하는 묘미를 발견하려는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술이 인류와 함께한 지 1만 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반쯤 감긴 눈으로 이 투명한 액체에서 많은 것을 설명하려 들여다보고 있다.” - 〈마지막 잔: 술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