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혼이 어느 곳에서는 새벽이고/ 이 어둠이 다른 곳에서는 밝음입니다// 우리가/ 어둠에,/ 외로움에 더듬거릴 때는// 빛이 오고/ 함께하는 즐거움이 싹트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봄 같은 두근거림도/ 여름 같은 뜨거움도/ 가을 같은 외로움도/ 겨울같이 침묵해 내는 것이라// 고상하고 우아한 삶이란 없습니다// 고목같이 살아내고/ 고목같이 살아가는/ 거룩한 순간만이 있으니// 산다는 것은,// 거룩한 일입니다” (「산다는 것은」 전문)
시집의 제목이자 첫머리를 장식한 시 「산다는 것은」은 김창권 시인의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선언문 같은 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삶이란 결국 ‘거룩하게 살아내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이 시는 어둠과 외로움을 직시하면서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빛과 희망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이 황혼이 어느 곳에서는 새벽이고/ 이 어둠이 다른 곳에서는 밝음입니다”라는 첫 구절은, 삶의 양면성과 상대성을 품은 깊은 성찰이다. 시인은 인생의 사계절-두근거림, 뜨거움, 외로움, 침묵-을 통해, 고상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내는 것 자체가 존엄한 일’이라고 노래한다.
특히 “고목같이 살아내고/ 고목같이 살아가는/ 거룩한 순간만이 있으니”라는 구절은, 삶의 무게를 껴안고 견뎌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건한 찬사이자 위로다.
김창권의 시는 소리치지 않는다. 그러나 조용한 울림으로 묻는다. “당신은 오늘도 살아내고 있나요?” 그리고 그 자체로 “산다는 것은, 거룩한 일입니다”라는 따뜻한 답을 건넨다.
이 시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자, 독자에게 전하는 가장 순결한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