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 그 두번째 목소리
이야기가 된 노동, 노동이 된 이야기
1부 ‘증언하고 기록하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있던 삶과 고통의 진실을 세상에 꺼내놓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부터 팔레스타인 난민이 한국 땅에서 바라본 고국의 비극, 제주 해녀가 마주한 오염된 바다까지. 이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모습의 아픔을 견뎌냈지만, 모두가 기록과 증언의 힘을 믿고 용기를 내었다.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관심했던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한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절절히 보여준다. 2부 ‘견디고 움직이다’는 노동 현장의 부당함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셔틀버스 기사와 간호사, 홈리스 상담 활동가와 호텔 룸메이드까지.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쓴웃음으로 기록되었다. 노동의 가치와 현실의 간극을 절감하게 하는 이들의 삶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 어떤 수치나 통계보다도 강렬하게 노동을 체감하게 만드는 이 글들은 독자들의 마음 깊이 오래 남는다.
3부 ‘맞서고 고발하다’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 용감히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기록이다. 장애인 인권운동가와 지역아동센터장, 난민 출신 기자와 사회복지사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작은 외침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한발짝씩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사회적 책임감과 깊은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4부 ‘연결하고 돌보다’는 서로의 존재와 삶을 돌보고 감싸는 따뜻한 연대의 기록이다. 대안학교 교사, 독서지도사, 협동조합 활동가 등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 홀로가 아니라 함께하는 연대의 힘을 통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또한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서의 삶을 고민하게 만들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운다.
그리고 이 책의 모든 글에는 ‘다시 듣는 노회찬의 목소리’라는 코너가 함께한다.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남긴 말과 글에서 선별한 것으로, 책 전체를 관통하는 ‘6411 정신’과 이어진다. 차별 없는 존엄,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정치, 정의로운 연대에 관한 일관된 신념이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정하고 단단하게 전해진다. 또한 ‘닫는 글’에는 노동 현장과 정치 현장의 간극을 좁히고 모두가 같은 직장 동료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온 노회찬 의원의 깊은 신념과 따뜻한 마음을 담았다. 여기 실린 두 편의 글은 소외된 이들을 향한 진정한 연대와 공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과 연결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회찬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가 될 귀한 선물이다.
모두의 퇴근을 묻는 다정한 질문
서로를 비추는 내일에 대한 이야기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노동 현장을 넘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다정하면서도 묵직한 질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글을 통해 우리는 고된 일상을 넘어 삶 자체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영화감독 장항준은 “‘6411 투명인간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새로운 낭만주의 시대를 열어가면 좋겠다”라며, 이 책이 그러한 사회를 향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여기 실린 다양한 삶의 이야기는 바로 그 상상의 밑거름이 된다. 모두의 안녕한 퇴근을 묻는 질문에서 시작해 타인의 삶을 향한 다정함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마음. 이 책을 읽은 다음 우리가 바라보는 사회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