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기’로 달래 보는 아픔과 그리움
이초혜 작가도 그랬답니다. 한 시절을 함께 보낸 프렌치불독 도봉이를 무지개다리 건너로 떠나보내고, 한동안 아무 일도 못할 만큼 아팠다지요. 그리고 그만큼 그리웠답니다. 그래서 작가는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움’과 ‘그림’은 말뿌리가 같다고 합니다. 같은 동사 ‘그리다’의 명사형이니까요. 도봉이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함께했던 시절의 사진들을 꺼내어 놓고 그 반짝이던 순간들을 연필로 차근차근 그려 나갔지요. 떠나버린 반려에 대한 ‘그리움’과 그를 종이 위로 불러내는 ‘그리기’ 사이에서 작가는 무엇을 만나고 어떻게 느꼈을까요? ‘도봉이 그리기’는 ‘도봉이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을까요?
설레고 포근하고 따스하고 반짝거리고, 미안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아득한... 도봉이 그리기
도봉이가 남기고 간 561장의 사진들을 보고 그리면서 작가가 만난 것은 도봉이와 함께했던 순간들과 그순간에 느꼈던 거의 모든 감정들이었습니다. 즐거운 산책의 기대로 눈을 반짝이던 도봉이를 그리며설렘을, 이불을 뒤집어쓴 도봉이를 그리며 포근함을, 햇살을 받으며 낮잠이 든 도봉이를 그리며따스함을, 온 집안을 어질러 놓고 ‘내가 뭘?’하는 도봉이를 그리며 반짝거림을... 늦은 저녁 현관앞에서 우두커니 기다리던 도봉이를 그리며 미안함을, 몸이 아파 누워 있던 도봉이를 그리며 속상함을, 한겨울 도봉이에게 입혔던 조끼를 그리며 답답함을, 품에 안긴 채 내리는 눈을 맞던 도봉이를 그리며 아득함을...도봉이 그리기는 이처럼 복잡하고 때론 가슴 아픈 감정들을 불러왔지만, 그래도 작가는 도봉이 그리기가 좋았다지요. 그릴 때마다, 함께한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릴 때마다 도봉이가 하나씩 더 생겨났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재회를 거듭하는 동안, 슬픈 그리움은 차츰 따뜻한 고마움으로 승화되어 갔습니다. 그리하여 이윽고는 떠나가는 도봉이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 편안히 잘 가라고 “도봉아~” 다정히 이름을 불러 줄 뿐, 더는 붙잡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기의 힘, 《도봉이 그리기》가 주는 위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