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드러나지 않는 실체와 함께하는 삶에 관하여
우리가 학창 시절이나 모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누군가 엄청나게 산만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욕구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종종 주변의 눈총을 받으며 미움을 사곤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그 누군가는 높은 확률로 남자가 아니었는가?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서는 여성 ADHD가 눈에 띄지 않는 여러 이유를 소개한다. ADHD를 가진 여성은 ADHD 남성에 비해 과잉 행동이나 충동적 행동보다는 주의력 결핍 증상이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가족력이 나타나기 쉬운 ADHD 특성상 가족 중 ADHD를 가진 남성이 있을 확률이 높아 그들에 의해 여성들의 증상이 가려지기 쉽다는 이유 등이 있다. 가족의 시선이 ADHD 남성에게 쏠려 있는 동안 ADHD를 가진 여성은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 종종 사춘기 행동으로 오해받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비극 등을 겪으며 남성보다 늦은 시기에 ADHD 진단을 받고는 한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종종 주변의 압박 속에서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그러다가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는 혼돈을 겪는다. 자라나면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얻는 것은 물론이다. 간단한 약물 복용과 상담 치료만으로도 그 증상을 완화시켜 긍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데도, 진단을 받기까지 남성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혼돈이 길어지고 마는 것이다.
가족 중에서 종종 조정자, 관리자로서의 자리를 맡는 여성의 혼돈은 가족의 혼돈으로 이어지곤 한다. 여성의 삶이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 일이 결코 여성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삶이 혼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치료와 내면 성찰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 알기
자극적인 행동과 주의력 결핍, 충동적인 사건들로 점철된 ADHD 여성의 삶을 보다 평화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서는 약물 치료를 비롯해 사회 참여, 상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내면 성찰 등 여러 방법을 제시하며 각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ADHD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특질과 롤 모델을 소개하면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극복하고 ADHD 기질을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어떤 ADHD 보유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ADHD는 하늘의 선택이에요.”(본문 중 13쪽 발췌) 그러니 우리는 이 선택을 우리 삶 속에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ADHD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그 치료법이 현재진행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발달 장애 중 하나다. 여성의 ADHD는 특히 그러하다. 남성 ADHD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시간이 무척 짧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성의 ADHD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선 그들의 삶을 제대로 알고 이를 품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은 이러한 환경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한 발짝을 뗄 수 있도록 돕는다. 언제 내 삶에 뛰어들어 나를 흔들어 놓을지 모를 이 혼돈 생성자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은 탁월한 선택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