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멀고도 가까운, 버릴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법정에 선 사연들
『가족, 법정에 서다』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했고 현재 가사상속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배인구 변호사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가족법 사건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판사로, 변호사로 활동하며 겪었던 사례들과 관련 가족법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이혼 부모의 양육권 다툼 속에서 상처받는 아이, 성본변경을 위해 10년만에 재회한 친부와 아이, 독신이어서 친양자입양을 할 수 없는 여성, 제 친자식이 아니어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 절절한 아버지,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남매 등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분쟁을 겪는 각양각색의 사건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단순히 이와 같은 사례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한 가족법을 살펴보기도 하고 거기에서 나악 우리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기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추천의 글에서 “평소의 상냥함을 잃지 않은 채 법이라는 옷을 멋지게 입혔다”라고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법률적 전문성 위에 사람에 대한 애정을 더해, 법정에서 갈등하는 가족들의 목소리와 가족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의 생각을 생생하게 전한다.
부부, 부모,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법적인 문제들
1부에는 법정에 선 부부, 부모, 아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이혼 소송의 현실은 냉혹하다. "나의 진실, 너의 진실, 그리고 진실 그 자체"라는 철학자 루소의 말처럼, 이혼 법정에서는 객관적 진실보다 "상대의 잘못이 얼마나 더 큰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유책주의 원칙하에서 부부는 서로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양쪽 모두 만신창이가 된다. 또한 공동양육을 원하면서도 긴 이혼 소송으로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상처받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유책주의를 전제로 하는 우리나라 이혼 제도의 한계를 돌아본다.
비혼 독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양자입양을 할 수 없었던 두 여성, 상속 분쟁이 불거질까 봐 사실혼을 피하기 위해 살림을 합치지 못하는 노년의 연인,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가스라이팅을 고백한 전문직 여성, 아버지의 재혼에 대한 반감으로 비행을 저지르고 소년재판을 받게 된 아이에 관한 사연 등,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사건의 영역이, 가족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저자는 단순히 사례만을 전하지 않고 현재 이혼법제가 아쉬운 이유, 미성년후견 제도에 보완되어야 할 지점, 이상적인 혼인의 형태에 대한 생각, 성년후견이 필요한 이유 등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지점에 대해서 짚는다.
상속이란 도대체 무언인가?
가족 간에 벌어지는 상속 분쟁에 관하여
2부는 상속을 둘러싼 가족들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이해관계를 파헤치며, 상속과 관련한 법률을 함께 생각해 본다. 저자는 이혼 소송으로 두 편으로 나뉘었던 아버지 사망 후 상속재산을 두고 다시 골육상쟁을 벌이는 자녀들의 사례, 소송 과정에서 "어머니는 나만 구박했고 나에게만 인색했다"고 거듭 말하던 여성이 균등상속을 확인받고 나서야 형제들과 화해했던 사례를 돌아보며 “상속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다양한 상속 분쟁을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저자는 자식에게는 상속이 단순한 재산 분배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업을 지키고 일으켜온 장남에게 생전 증여하는 것이 과연 그에게 유리한 일인지를 법적으로 살펴보고, 결혼할 때 아버지로부터 2억 원을 받았던 장남이 아버지 사망 후 오히려 상속받을 것이 없어진 사례를 통해 증여와 유증 사이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픈 남편을 오랜 시간 간병한 아내가 기여분을 인정받지 못했던 사례를 통해 기여분에 대한 법적인 기준과 배우자의 기여분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전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배우자의 거주권 문제,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차이, 채무만 상속받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 자필증서 유언 작성 시 주의해야 사항 등, 상속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가족법 관련 사례들을 이야기하기로 풀어서 어둠을 걷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평소의 상냥함을 잃지 않은 채 법이라는 딱딱한 옷을 멋지게 입혔다." - 김영란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이 추천의 글에서 “평소의 상냥함을 잃지 않은 채 법이라는 옷을 멋지게 입혔다”라고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법률적 전문성 위에 사람에 대한 애정을 더해, 법정에서 갈등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단순한 법률 해설서를 넘어서 사건의 뒤편에 자리한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선을 치밀하게 조망하고 가족 분쟁의 핵심은 ‘관계’라는 것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을 전하며, 이 책에 담긴 가족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위로와 공감이, 때로는 갈등을 풀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