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6구의 단아한 문장, 그 감성의 아우라
시조의 멋들어진 품品과 격格을 노래하다
『아버지의 솜사탕』은 권혁모 시인의 깊어진 시선과 정제된 언어가 담긴 시조집으로, 그가 걸어온 시간만큼이나 진득한 감정과 섬세한 사유가 깃들어 있다. 이번 시조집은 삶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붙드는 시편들로 채워져 있으며, 제목이자 표제작인 「아버지의 솜사탕」을 통해 우리는 달콤하면서도 쓸쓸한 기억의 감각을 마주하게 된다.
시인은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해 감정의 궤도를 유영한다. 일상의 작은 정서들이 물리적 이미지와 겹치며, 삶과 우주, 기억과 시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유연하게 질문을 던진다. “첫눈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밤에만” 내리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익숙한 방향을 뒤집는 이 감각은, 시에서 낯선 아름다움으로 되살아난다.
이번 시조집은 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구성과 유려한 언어로 독자와 호흡한다. 짧은 시편 속에는 순간의 감정이 선명하게 응축돼 있고,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그리움의 농도가 차오른다. 개인적 기억이 보편적 정서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시인의 언어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준다.
『아버지의 솜사탕』은 일상의 언저리에 놓인 감정들을 되살리고, 우리가 지나온 삶의 중정風情들을 아름답게 되비춘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 잔상은, 어쩌면 이 책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미소이자 온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