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혁신은 도시에서 시작된다”
인류 역사를 바꾼 진보의 중심지
세상을 바라보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이는 진보를 부인한다. 이들은 역사를 ‘쇠퇴의 스토리’로 간주한다. 역사가 이미 황금기를 지나 계속해서 퇴보하고 있다고 여긴다. 또 다른 이는 인류가 지금도 점점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날 누리는 풍요와 자유, 교육 수준이 이전에는 누릴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여러 혁신을 경험해왔다. 1만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최초로 농업이 시작되고 정착 생활이 이루어지면서 인류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난 마돌 유적지는 인류의 모험심을 자극한 최초의 항해자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항해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중세 볼로냐에는 오늘날 전 세계 대학의 어머니격인 최초의 대학이 세워졌고, 휴스턴의 숨겨진 영웅 덕분에 인류는 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혁신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저자는 그 답으로 ‘도시’를 이야기한다. 도시야말로 정치, 문화, 과학,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인류의 발전을 이끄는 중추이자 중심 무대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인류의 진보에 핵심 역할을 한 40개 도시를 엄선해 이 책에서 소개한다.
문자의 발상지 우루크부터 예술의 도시 피렌체까지
크고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위대한 혁신의 물줄기
이 책의 저자는 역사 속 크고 작은 도시를 분석하며, 혁신이 일어나는 장소의 공통점 세 가지를 찾아냈다. 바로 높은 인구 밀도, 개방적 사회 분위기, 재정 안정성이 그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늘어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고대 도시 우루크는 인구가 모여들면서 상업과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고, 인구가 많아 발생한 잉여농산물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졌다. 우루크 사람들은 이것을 사원에 보관했는데, 이때 상업 활동과 곡물 보관을 맡던 회계 담당자들로부터 세계 최초의 문자가 탄생했다.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도 혁신의 주요 요소다. 아테네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도시라고 불릴 만큼 다른 나라의 사상과 문물에 활짝 열려 있었다. 자유롭게 외국과 무역하면서 사상을 교류했고, 외국인도 잘 받아들였다. 특히 이들은 이집트의 조각 기술을 받아들여 아테네만의 새로운 문화로 발전시켰다. 그 덕분에 아테네에서는 훌륭한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안정적인 도시 재정은 예술과 학문을 꽃피울 토대를 제공한다. 피렌체에서는 재정 안정성이 혁신에 크게 기여했다. 피렌체에서는 직물 산업이 부흥하면서 최초로 금화를 대량 생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은행업이 발달했다. 특히 유명한 은행가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을 비롯한 여러 재정가는 르네상스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놀라운 예술가들을 키워냈다.
40개 키워드로 꿰뚫는 1만 년 세계사
도시로 떠나는 가장 흥미로운 시간여행
이 책은 인류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한 40개 도시를 하나하나 흥미로운 키워드와 연결해 풀어낸다. 아테네, 피렌체, 도쿄, 뉴욕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뿐 아니라 괴베클리 테페, 난 마돌, 치첸 이트사, 여리고, 모헨조다로와 같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도시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 도시들은 각기 다른 지리적 조건, 기후, 정치 환경, 민족적 특성을 바탕으로 철학, 예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을 이루었다. 과연 어떤 도시에서 어떤 변화가 시작되었을까? 이 도시들은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을까? 책을 따라가다 보면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만나게 된다.
이 여정에서 저자는 시간여행의 안내자를 자처한다. 다채로운 컬러 이미지와 친절한 설명을 따라 도시 곳곳을 거닐다 보면, 역사 지식이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세계 일주를 하는 것처럼 당시의 사회 분위기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뒤편에 수록된 ‘토의를 위한 질문’은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며 사고의 확장을 이끈다. 앞으로 세계사를 바꿀 다음 도시는 어디일까? 어쩌면 지금 당신이 서 있는 도시가 바로 그곳일지도 모른다.